내가 박살 낸 것들 - 프롤로그
내가 뭔가를 하면 깨지거나 부러지거나 박살을 내는 일이 너무 많아서 우리 집에서는 엄마 손은 마이너스의 손, 격파왕으로 불리고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깨거나 고장 내고 부러뜨리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유독 나는 왜 더 그럴까.
내가 내린 결론은 먼저, 성격이 너무 급해서 빨리 하려다 그렇게 된다. 두 번째, 사용 방법은 무시하고 내 맘대로 해서 그렇다. 세 번째, 신중하지 못하고 과격하게 한다. 네 번째, 일을 많이 한다. 하필 내가 쓸 때 부러지고 깨지고 고장 나는 것은 많이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게 일어날 확률이 높다.
그럼 나는 성격이 급하면서 내 맘대로 하면서 신중하지 않고 과격하게 그리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부서진 물건들은 내 손을 많이 거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와 교감하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애정을 보낸 내 삶의 일부란 뜻이다. 부서진 것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껏 고쳐 쓰거나 간직하고 있거나 기억하고 있거나 - 이렇게 글로 써서 추억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며칠 전 비 오는 날 미끄러져서 엉덩이를 깰뻔했다.
''당신이 뭘 깰 때 처음엔 엄청 놀랐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넘어져서 꼬리뼈만 안 깨면 돼.'
처음 말하고 처음 듣는 말이었다. 서로 머쓱해서 푹!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둘이 엄청 오래 웃었다.
격파, 왕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