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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위버

말문 터진 물건 34

by 신정애 Mar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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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졸업식인데 입을 옷이 마땅찮구나."

"뭘 그런 걸 신경 쓰세요. 아무거나 입어도 돼요. 난 아빠랑 같이 졸업장을 받아서 너무 좋아요."


6년 동안 고생하신 부모님도 아이와 함께 졸업장을 받는다는 안내장을 받고 마음이 복잡해진 아빠.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데 절뚝이며 단상에 올라간다? 용기가 필요했어.

솜씨 좋은  아내가 있었다면 큰 옷도 아들에게 맞게 만들어 줄텐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안 왔어.


아줌마가 제일 아끼던  에펠탑 가위가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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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늘 당당하고 공부도 잘했어.

아빠를 부끄러워한 적은 없지만 아버지 옷을 입는 것도, 아버지가 학교에 오는 것도 사실은 걱정이 되었어.

생활 보조비를 받는 것을 알고 거지라고 놀리는 아이들인데 -

쉽게 잠이 오지 않았지.


아이가 늘 쓰는 종이 자르는 가위도 책상 위에서 이야길 듣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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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아빠는 살았지만 불구의 몸이 되었지.

그런 몸으로도 엄마의 몫까지 어린 아들을 정성껏 키웠어.

아들이 놀림을 당할까 6년 내내 학교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


아버지와 아들이 잠들자 에펠탑 가위가 모든 가위들을 불러 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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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집에 있는 것은 모두 엄마 덕분인 건 알지.

늘 깔끔하고 솜씨가 좋아서 바느질도 잘하고 뭐든 잘 만들고

우리를 아껴줬잖아. 얼마나 예쁨을 받고 사랑을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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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께 보답할 때가 온 거야. 각자 할 일을 생각해 보자."

"핑킹가위야 벌써 자냐?  빨리와. "


"일단, 저 큰 옷을 줄이자."

역시 성질 급한 똑똑이 쪽가위다

"난 실밥을 터서 옷 해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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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재단 들어갈게." 재단 가위가 전체를 훑어본다.

 "아니, 그래, 거기를 좀 줄이고 음  -"

"시끄러워, 가서 니 할 일이나 해."

 에펠탑 가위가 디자인 훈수를 두다 튕긴다.

" 나 그래도 파리에서 왔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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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는지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바늘과 실.

쪽가위가 묶은 실 끝을 탁 잘라 주었어.


"우리는 아빠의 코털을 깔끔하게 하자."

"귓속 털도 잘라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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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숱이 많아. 가지런하게 선이 분명하게."

"손톱에 가시랭이가 너무 많아."

사고가 난 뒤로는 우리를 쓸 생각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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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끝을 잘라야겠네."

"예전에 아줌마가 머리를 잘라 주던 솜씨를 우리가 보여주자"

숱 가위도 커트 가위도 바빠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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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졸업식에 꽃다발이 빠지면 안 되지."

"빨리 꽃잎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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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가위가 잘라 논 꽃잎을

늦게 온 핑킹가위가 가장자리를 자르면 보슬보슬 살아났어.

테이프를 자르고, 붙이고 색종이 꽃다발이 완성된 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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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가위는  뾰족한 입으로 '톡' 실을 자르고

두꺼운 가위가 들어가기 힘든 좁은 틈을 자르고  

부지런히 왔다 갔다 신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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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실을 미리 준비시킨 것도 황새 가위였대.


"걸리적거리니까 넌 비켜서 구경하고 있어라 "

"저도 하고 싶어요."

"그럼 그 안전모자 벗고 저기 꽃 만드는데나 가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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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뭘 하냐?"

"내일은 고기를 구워 먹을 걸?"

"과연?  맨날 김치 밖에 안 잘랐는데."


"가만히 있어봐. 내가 가서 고깃 덩어리 하나를 물어 올게"  

황새 가위가 농담을 하며 날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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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밤. 싹둑싹둑, 재근 재근, 쏘톡쏘톡  바쁜 가위질 소리가 집 안에 가득했어.


드디어 졸업식날 아침.

아빠는 면도를 하다 깜짝 놀랐지.

아들은 옷을 입어보다 깜짝 놀랐지.

거울 속에 있는 아들도 아빠도 자기가 아닌 줄 알았어.


멋있어진 아들도, 꽃다발을 든 아빠도 설레며 학교로 갔지.


드디어 아들이 졸업장을 받는 차례야.

이름이 불리자 아들은 씩씩하게 일어서더니 단상이 아닌  뒤쪽으로 갔어. 

절뚝이며 앞으로 나오고 있는 아빠의 손을 잡아 부축해 단상으로 올라가는 거야.

순식간에 졸업식장이 조용해졌어.


못나고 쭈굴 한 아빠를 당당하게 옆에 세우고 졸업장을 받는

자랑스러운 아들 얼굴이 아빠의 눈물 너머 또렷하게 보였어.

아빠는 환한 웃음으로 꽃다발을 아들에게 안겨주었어.   

아들의 얼굴에도 눈물과 웃음이 범벅이 되었어.

졸업식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차고 모두 아빠와 아들을 축하하고 응원했어.

늠름한 아들의 어깨가 기울어진 아빠의 어깨를 감싸 안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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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아들을 가위들도 박수를 치며 맞이했지.

"우리가 해낸 거 맞지?"  

"우리 너무 멋진 가위들 같아. 맥가위버라고나 할까?"

"야, 이름,  헐, 대박!  맥가위버."

"아줌마도 하늘에서 박수를 치고 계실 거야, 장한 아들과 아빠에게."

"그리고 우리 맥가위버에게도. 힛 "


"자자, 여러분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뭐가 또?"

"식가위야 --니 차례야. 고기 구울 준비해야지!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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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큰 일났네. 어서 합체해야겠다.

박수를 너무 세게 치다 분리 됐어."

ㅋㅋㅋ 하하하  깔깔깔  가가가  위히히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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