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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Oct 10. 2024

 도토리 키재기

말 문 터진 물건 6

도토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저마다 예쁜 색깔 얼굴에 깍지 모자를 쓰고 - 

도토리 깍지에다 솜 넣어서 재미있게 만들었네, 귀엽네 하고 말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게 있다.

자세히 보다 보면 아하, 다르네 하고 알게 되는 뭔가가 있다. 

도토리 얼굴은 다양한 색으로 염색을 한 천으로 옆으로 한 줄 바느질 자욱이 있다. 어른 도토리는 귀여운 꼭지실까지 있다.  진짜 도토리 모양을 닮도록 만들었다. 어린 도토리는 원추 모양으로 꽃망울 마냥 작고 귀엽다. 

세 개의 도토리 깎지가 한데 붙어 있는 것이다. 자잘한 무늬가 있는 파스텔톤의 천에다 공처럼 솜을 동그랗게 넣어 단단히 묶고 도토리 깍지에 넣어 만들었다. 


하나는 북한에서 만든 것이고 하나는 남한에서 만든 것이다. 

북한 도토리는 마감이 조금 거칠고 진짜 도토리 모양에 가깝고 순수하다. 

남한의 도토리는 자연 그대로를 재현하기보다는 형태를 단순화시키면서 세련됨이 있다. 

둘 다 도토리 깍지를 이용한 것이지만 표현과 생각의 차이가 있다.


인사동 노점에서 도토리로 만든 액세서리를 팔고 있어서 걸음을 멈췄다.  

이건 어떻게 만든 거지? 뒤적이는데 북한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수북이 쌓인 색색의 올망졸망한 핀이며 브로치들을 보며 가슴이 쓱 아려온다.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깁고 채우고 붙이며 만들었을 손이 생각나서 그냥 떠날 수가 없다. 

그들의 노동이 너무 값싸게 쌓여 있어서 속상하다. 

'노동이 힘들고 고단하기만 한건 아닐 거야, 우스개 소리도 하고 시시덕 대며 즐거움도 있을 거야. '

오랫만에 화장한 산골 아가씨 같은 펜던트 하나를 골랐다. 

 

처음부터 도토리만 관심이 있었던 거라 도토리만 떼 내어 남북한 도토리를 한 곳에 같이 두었는데 어느 놈이 어느 놈인지 별로 구별이 안 간다.  

잘났니 못났니 세련됐니 촌스럽니 해 봤자. 도토리 키재기다. 

남한의 도토리도 북한의 도토리도 그냥 다 같은 참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도토리다.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도토리 깍지를 보고는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을 만든 그냥 사람이다. 


"애들아, 너희들은 어데서 왔니?"  세쌍둥이가 묻는다. 

"고저, 얼굴이 하얗고 빤드롬한것이 남조선 동무들이구만"

"그럼, 니네는 북한에서 온 거야? 오, 진짜 도토리랑 닮았어. 예쁘다."

"곱기야 남조선 동무가 더 곱습네다. " 

" 만나서 반갑다. 친하게 지내자. 아기 도토리 봐봐-  너무 귀엽잖아?"  

"남조선에 와서 괜히 눈치 보이고 외로웠는데 이로케 같이 있으니 너무 좋습네다"

"말끝마다 네다 네다 하니까 불편해. 말 놓고 친구로 지내자."

"우리도 딸랑 셋이 있다가 너희들이 와서 너무 좋아."

" 그리고 눈치를 왜 봐 -그냥 우리는 다 같은 도토리 일 뿐이야"


도토리들이 서로 한자리에 어울려 알콩달콩 깔깔깔 수다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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