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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un Leymet Mar 10. 2021

아이들의 매너

"이가 빠지면 쥐가 와서 선물을 준다고 넌 믿고 있지?" (ML)

    아이가 잠이 들었다. 한참을 덜렁덜렁 매달고 다니던 앞니가 결국 빠졌다. 깨끗이 닦아서 베개 밑에 넣어두고, 들떠서 간신이 잠이 들었다. 캄캄한 한 밤중이 되면 쥐가 나타나서 아이의 이를 가져간다니,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고 기대된다.


    쥐는 이를 가져가는 대신 1유로짜리 동전과 작은 선물을 남겨 놓았다. 두는 작은 인기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벌떡 일어나 베개 밑부터 뒤적거린다. 온 집안에 '엄마, 아빠! 쥐가 다녀갔어! 쥐가 다녀갔어!' 소리가 마치 심봤다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두는 선물은 뜯지도 않은 채, 포장을 구석구석 살핀다. 쥐의 발자국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빠진 이를 지붕에 던지면 까치가 물어가서 다시 새 이로 돌려준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밤사이 쥐가 다녀간다. 쥐는 이를 가져가는 대신 동전 하나를 놓고 사라진다. 요즘 쥐는 선물을 주기도 해서, 우리 집에 다녀가는 쥐는 동전 하나와 선물까지 놓고 간다. 첫니가 빠지고 한 일 년쯤 지났을 때였다. 아이는 '쥐가 이 무거운걸 어떻게 들고 오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쥐가 빠진 이를 찾으러 베개 밑으로 1유로를 들고 왔다. (Photo by Misun Leymet)



    주변에 한두 살 많은 아이들의 매너가 생각보다 매우 세련됐다. 그 아이들은 빠진 이를 가져가는 것이 쥐가 아니라 사실은 엄마, 아빠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큰 아이들은 아직 어린아이들의 믿음이 깨지지 않도록 꽤 끈기 있게 비밀을 지켜준다. 가끔 한 번씩 확인차 두에게 와서 묻는다. 입이 근지럽기는 한 모양이다.


    "쥐가 와서 선물을 준다고 넌 믿고 있지?"


이 질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넌 아직 믿고 있구나, 난 믿지 않아."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 우리 아이도,

    "넌 왜 믿지 않아?"라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이 성장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샤니의 이야기를 끝으로 쥐의 존재는 완전한 의문에 사로 잡히고 말았다. 하루는 아이샤니가 쥐가 너무 궁금한 맘에 꾀를 냈단다. 아이는 빠진 이를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든 척했다. 그랬더니 쥐 대신 엄마가 다녀갔단다. 아이샤니의 누설에도 불구하고 두는 우리에게 제차 확인을 했다. 그 귀여운 쥐가 아이샤니 말대로 정말로 엄마, 아빠였을까? 쥐가 와서 이를 가져간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아이샤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중 두의 이 하나가 또 빠졌다. 아이가 이제 믿지 않는다는 생각에 느슨해진 건지, 우리는 선물을 머리맡이 두는 걸 미쳐 까맣게 잊고 잠이 들었다. 느슨해지긴 아이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아이 또한,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둬야 하는 걸 잊고 잠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다음날 저녁, 쥐가 잘 찾을 수 있도록 머리맡에 빠진 이를 두고 재차 확인까지 하고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두는 어김없이 선물을 발견했다.





    덕분에 요즘 처음으로 이가 흔들리기 시작한 귀여운 둘째는 쥐 배달부가 다녀간다는 신비로운 얘기를 이미 믿지 않는다. 난생처음 흔들리는 이를 하루 종일 만져본다. 이가 많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혹시나 밤에 자다가 이를 삼킬까 봐 걱정도 한다. 이가 흔들리다 못해 대롱대롱 매달려서 좌우로 움직일 정도가 되었다. 이가 자꾸 입술 밖으로 삐져나온 모습이 우스꽝 스럽다. 빠질 것 같아서 솜을 대고 잡아당겨 보았다. 생각처럼 쉽게 뽑히지 않아서 며칠 더 두고 보기로 했다. 며칠 후, 아침, 덩이가 스스로 이를 잡아 뽑았다.






    "엄마, 아빠가 쥐인 건 알지만, 그래도 쥐처럼 해줘."라고 덩이가 주문한다.


이미 쥐가 부모란 사실을 알아버린 덩이는 엄마, 아빠가 무슨 선물을 줄까 기대에 가득 찼다. 두에게 해오던 대로 자그마한 선물과 동전을 머리맡에 놓아두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입이 이만큼 나왔다. 엄마, 아빠라면 조금 더 근사한 선물을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쥐가 놓고 간 선물이라고 굳게 믿던 두는, 선물이 실망스러워도, 이미 사라지 쥐를 탓할 수는 없었다. 밤 사이 다녀갔을 쥐를 보지 못한 아쉬움만 더욱 큰 뿐이었다. 그러나 동화 같은 일은 믿지 않는 덩이는 맘에 들지 않는 선물을 준 엄마와 아빠가 야속하다.





    곧 두 돌이 되는 사촌 동생 기다를 오랜만에 만났다. 정작 자신은 믿지 않지만, 덩이는 매너가 넘친다. 동네 형들과 누나들이 그랬던 것처럼, 쥐에 대한 얘기는 동생이 듣지 못하도록 우리에게 귓속말로 소곤거린다. 사촌 동생이 쥐가 와서 이를 가져간다고 믿고 있는 줄 알기 때문이다. 사실, 이 비밀을 누설해 버리면 아마 사촌 동생보다도 고모가 크게 상심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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