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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un Leymet Apr 05. 2021

부활절

초콜릿 찾기로 시작하는 봄. (Photo by Misun Leymet)

    부활절이 되면 아이들이 초콜릿을 주우러 다닌다. 부활절 맞이 초콜릿 찾기 행사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다. 친구들과 함께 동네 공원에서 열린 행사에 가보면, 드넓은 공원 잔디밭에 알 모양 초콜릿이 보석처럼 깔려 있다.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초콜릿을 가장 많이 먹는 날이 부활절이라고 한다.






    부활절은 기독교인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순절 동안 금식을 해오던 사람들은, 사순절이 끝난 다음 날 아침에 달걀을 먹었는데, 이 날이 바로 부활절이다. 중세 시대의 교회는 사순절 동안 달걀을 먹는 것을 금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동안 달걀에 색을 칠하거나 장식을 해서 달걀을 보관했다. 부활절에 먹는 달걀은 봄과 풍요를 상징한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이 또한, 부활절이기도 했다. 봄이 되면 이집트, 페르시아, 로마인들은 생명을 상징하는 달걀을 서로 주고받았다.



두가 그린 부활절 달걀. (Photo by Misun Leymet)



    18세기, 유럽에서는 초콜릿이 발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달걀 속을 비우고 초콜릿으로 그 속을 채우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19세기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한다. 내가 어릴 적에 성당에서는 부활절 날에 예쁘게 색칠이 된 삶은 달걀을 나눠줬었다. 프랑스에 와서 보니 대부분 초콜릿을 주고받는다. 초콜릿은 주로 달걀 모양이거나, 토끼, 또는 종 모양이다. 닭이나 병아리 모양도 있는데, 생명을 상징하는 달걀의 의미가 병아리와 닭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천주교에서는 성목요일*부터 부활절인 일요일까지 성당에서 종을 치는 것을 금했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애도의 표시 었다. 아이들은 성당의 종이 교황으로부터 축성을 받기 위해 로마에 갔기 때문에 종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믿었다. 어른들은 종들이 로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을 위해서 초콜릿으로 된 달걀을 가져올 거라고 말해주었다. 종이 초콜릿을 가져오면 그것을 토끼가 받아서 정원에 숨겨 놓았다. 토끼는 독일에서 다산과 봄을 상징한다.






    이가 빠지면 쥐가 물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 뒤로, 아이들이 믿고 있던 모든 마술 같은 일이 순식간에 거품이 되어 터져 버렸다. 부활절에 로마에서 돌아오는 종이 초콜릿을 두고 갈 거라는 걸 아이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다 알아! 종은 아빠랑 엄마야."


이렇게 말하면서 덩이의 눈이 내 마음속을 파고들 듯 두 눈을 응시한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의심스러운가 보다. 평소 같으면, 저녁 8시쯤 누워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는 잠이 드는 아이인데, 잠이 들질 못하고 나를 부른다.


    "엄마랑 아빠가 초콜릿 숨겨놓는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깨어 있었어."라고 두 아이가 입을 모아 말한다.


    아이들이 간신히 잠이 들고 우리는 시어머니께서 며칠 전에 소포로 보내주신 부활절 선물 상자를 뜯어봤다. 토끼와 병아리 인형부터 달걀 모양 구슬 그리고 알 모양을 한 갖가지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남편은 어두컴컴한 방을 헤매며 메추리알만큼 작은 초콜릿들을 곳곳에 숨겼다. 아침이면 아이들이 집안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부활절 초콜릿들을 발견하며 내지르는 소리로 한동안 메아리가 칠 것 같다.



집안 곳곳에 아이들이 해 놓은 부활절 장식. 부활절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에 아이들이 물감으로 색칠을 했다. (Photo by Misun Leymet)






    작년, 우리는 코비드 19를 피해서 집에서 부활절을 지내야 했다. 아이들은 엄마와의 미술시간을 좋아한다. 정원이나 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더 이상 초콜릿 찾기를 할 수는 없지만 엄마와 함께 부활절 맞이 만들기를 해보자. 고깔모자에 장식을 해서 닭 모양을 만들었다. 달걀을 담아서 파는 종이 상자를 오려서 색칠하고 날개와 부리를 붙여서 입을 벌리고 있는 병아리도 만들었다. 두는 꼼꼼하게 손을 움직이며 앙증맞은 노란 병아리를 완성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스스로 하겠다며 도움을 뿌리친 덩이는, 노란색 색종이보다는 흰 도화지에 직접 색을 섞어 만들어 칠하는 것을 원했다. 아직 영글지 못한 손으로 가위질을 제법 열심히 하더니 날갯짓을 하는 듯한 근사한 병아리를 만들어 냈다.




부활절을 기념하여 아이들과 함께 만든 병아리와 닭. (Photo by Misun Leymet)



    닭과 병아리를 만드는데 한참이 걸렸지만 아이들은 미술시간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일회용 종이 접시 여러 개를 조합해서 토끼 모양 가방을 덤으로 단출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 몰래 미리 준비해 둔 초콜릿 병아리들을 집안 곳곳에 숨기고 다녔다.


    "종이 다녀갔다! 종이 다녀갔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토끼 가방에 초콜릿을 주워 담았다. 한바탕 부활절 초콜릿 찾기가 끝나고 소파에 앉아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오전 내내 만든 닭과 병아리를 가지고 둘이서 인형놀이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직접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저 아이들은 얼마나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길까 싶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소리가 인형놀이를 타고 들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서 그리스도는 제자들과 저녁 만찬을 한다. 기독교에서는 바로 이 날을 성목요일이라고 한다. 다음날인 성 금요일에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수난을 받는다. 그리고 며칠 후 일요일 부활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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