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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Jan 15. 2024

기대하지 않는 인생

항상 좋을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좋을 때마다 위험하게 내 기대는 커져버린다. 좋지 않은 순간이 왔을 때 커져버린 기대가 뻥하고 터지면서 눈물이 나는데, 그런 내 모습이 싫어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 라며 다그친다. 나에게 혼이 난 나는 입을 굳게 닫고 혀로 목구멍을 막아 눈물을 꾸역꾸역 참는다. 행여 눈물이 더 고여 떨어질 새라 재빨리 오늘 저녁 메뉴나 내일 해야 할 일, 내야 하는 공과금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지만, 어느새 돌아와 공허, 불안, 우울 같은 것들에 집중해 버리고 만다. 그럼 나는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서둘러 아무도 보고 들을 수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 엉엉 울어버리고 마는데, 아무도 보지 않길 바라면서 누군가는 봐주길 바라는 나의 모순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뭐든 하나에 몰빵 하는 건 파멸이야'라고 말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래 나도 알고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혼자 꼿꼿이 서서 외로움 따윈 모르는 사람이 되길, 또는 그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랐는데 나는 그럴 수는 없나 보다. 세상의 좋은 것들은 자꾸만 나를 기대하게 만들고 기대는 나를 약하게 만든다. 약해진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두려워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발걸음을 돌려 보지만, 시야에 사라진 순간 나는 힘이 풀려 주저앉고 나에게 아직도 여린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에 대해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기대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 어떤 것에도 연연해하지 않는 의연함을 가질 수 있을까. 그렇게 의연해지면 이전보다 재미는 덜 해도 편안한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그렇게 수없이 반복했던 생각들을 또 다시 반복하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우울함과 불안함에 사시나무 떨듯 두려워하며, 일시정지가 불가한 내일을 위해 서둘러 잠을 청해 본다.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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