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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Mar 02. 2024

이상한 연휴

헛헛한 마음을 풀어내며 

연휴가 끝나간다. 내일이면 다시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속에서 재미를 찾아버린다. 삭막한 사막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 건 내 특기이다. 다시 시작될 일상은 생각만 해도 지겹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벌써부터 싫증내지 않으려 한다. 


이번 연휴는 사흘 내내 본가에 있었다. 연애를 했을 때에는 사흘 연휴가 주어진다면 이틀은 본가에 가고 나머지 이틀은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일찍 자취방으로 갈 일도 없어졌다. 가족들이랑 오래 같이 있으면 꼭 한 번은 가벼운 말다툼이라도 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집이 불편하지 않았다. 맛있고 따뜻한 것들을 많이 먹었고 즐겁게 떠들었다. 시간만 된다면 더 있고 싶다. 내가 없는 자취방은 불이 꺼진 상태로 몇 시간 뒤면 돌아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겠지. 방과 나만이 존재하는 그 곳.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 익숙한 패턴이 다시 시작되겠지. 알람이 울리고 새벽 어스름 속에서 비몽사몽 상태로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하는. 혼자 있는게 싫은 걸까, 긴 연휴로 인해 생긴 출근 공포증인 걸까. 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무언가 날 자꾸 공허하게 만드는 걸까.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 아무나 만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연휴에도 틈틈이 일할 만큼 벌려 놓은 것들이 많아 일상으로 돌아가면 공허함을 느낄 틈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난히 이번 연휴는 돌아가는 것이 싫다. 올해 첫 겨울은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난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냈고 보내야 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헛헛한 감정은 자꾸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게끔 만들지만, 인생이란 건 본래 혼자의 것이며 기댔던 곳이 사라졌을 때의 휘청거림이 훨씬 위태롭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엉킨 마음을 풀어본다.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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