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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씨 3시간전

‘왜 싱가포르에서 일하세요?’: K-현직자들에게 묻다

다른 나라 말고 굳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이유가 뭘까?

Image Source: Pixabay


싱가포르 국립대 (NUS)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오기로 결심했다. 나는 캐나다 등의 타지에서 몇 년간 살아본 이후로 외국 취업과 이민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사람들이 왜 싱가포르에서 직장 생활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타지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의 매력이 있는지, 다른 나라가 아닌 꼭 싱가포르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싱가포르에서 현재 재직 중인 한국인이나 대학교 선배님들과 링크드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락해 커피챗 기회를 잡았다. 감사하게도 Google, P&G, HP 등 다양한 외국계 대기업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대화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커리어 성장에 이롭다.


싱가포르는 서울과 비슷한 규모로 작은 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 지리적 위치로 인해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홍콩과 비슷하게 아시아태평양 지역 (APAC)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다수 위치한다. APAC 본사에서 업무를 할 때, 한 지역에 기반한 사고가 아니라, APAC 지역의 여러 국가들을 고려한 high-level thinking을 할 수 있다. 특히 홍콩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이 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홍콩보다 싱가포르에 APAC 본사를 두게 되었고, 그 결과 싱가포르는 커리어 성장을 위한 기회의 땅으로 더욱 부상하게 되었다.



두 번째, 한국인에게 우호적이고 치안이 좋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해외에서 혼자 살 때 치안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싱가포르는 법이 강력하고 국가 청렴도가 높아 치안이 매우 우수하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아시아계가 (중국계 70% 이상)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코로나 시국에 북미나 유럽에서 대두된 아시아인 증오 범죄가 (Asian Hate Crime) 발생하기 어렵다. 한 K-현직자는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말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NUS에는 한국문화 동아리가 있었고, 한국 대학 교환학생이 인기가 많아 교환 신청 경쟁이 치열하며, 학교 곳곳에서 K-pop 안무 틱톡 영상을 찍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여행 휴가를 떠나기 좋은 지리적 위치에 있다. 


직장인의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데, 싱가포르는 여행을 떠나기에 심리적 그리고 금전적 부담이 타 지역들에 비해 비교적 적다. 왜냐하면 싱가포르 국토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도 공항과의 거리 또는 공항까지의 교통비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물가는 비싼 편이지만, 2~3시간이면 저가 항공을 통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물가가 저렴하여, 여행 비용 부담이 적다. 한 K-현직자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부서에서 서로 주말 여행 정보를 교환하며 여행을 장려한다고 하여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의 작은 규모와 높은 물가로 인해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던 것 같다. 교환학생 시절 지인들과의 농담 중 하나는 “싱가포르에서 가난한 삶을 살지만, 주변국으로 가면 왕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변국으로 여행했을 때, 싱가포르에서 비싼 딤섬과 칠리크랩이 여행지에서는 거의 반값이어서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다.




커리어 선배님들과의 커피챗과 오피스 투어에서 얻은 경험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들 덕분에 싱가포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화 속에서 좋은 점뿐만 아니라 치솟는 집값과 자국민 우호정책으로 인한 외국인 취업의 어려움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알게 되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며,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경험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것이었다.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나의 가치관과 직업적 목표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싱가포르에서의 다양한 만남과 대화는 앞으로의 내 경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각자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과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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