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
이 질문은 학부 졸업을 1년 앞둔 시점의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주변의 현직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들이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지, 그리고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런 대화를 통해 나도 나의 진로 선택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겨주었다. 직장인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는 대신, 그들이 전하는 현실은 오히려 무겁게 느껴졌다. 커리어 개발에 대한 도전을 주었던 강연과 책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러 차례의 인턴십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체감했지만, 첫 직장 취업은 나에게 넘어야 할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그 산을 넘고 나면 편안함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편안함은 과연 존재할까? 취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어쩌면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화 중 현직자들은 입을 모아 직장인의 가장 큰 꿈은 퇴사라고 말했다. 퇴사를 꿈꾸면서도 그들이 여전히 현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자산과 연차를 쌓기 위해서, 즉 매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진로와 연차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직장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지겹도록 과제와 시험으로 괴로웠던 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기업과 직종에 취업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직장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나를 부러워했다. 그들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잘 수 있을 때 자고, 여행 갈 수 있을 때 마음껏 여행을 떠나라”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런 조언을 듣고 나는 행복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삶의 다양한 단계 속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훈련이 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교 입시를 위해, 대학교 시절에는 취업을 위해, 그리고 직장인이 된 후에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달린다. 그러나 고된 과정을 통과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해도, 그 성취에 대한 기쁨은 기대한 것처럼 오래가지 않는다. 성취의 순간은 짧고, 그 뒤에는 다시 새로운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주변에서 찾으려 하기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로 채우려 해서 불행한 것 아닐까? 일에서만 행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이라는 공간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것들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다.
결국, 진정한 행복은 특정한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 질문을 던질 것이고, 나의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 그 일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