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말고 굳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이유가 뭘까?
싱가포르 국립대 (NUS)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오기로 결심했다. 나는 캐나다 등의 타지에서 몇 년간 살아본 이후로 외국 취업과 이민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사람들이 왜 싱가포르에서 직장 생활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타지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의 매력이 있는지, 다른 나라가 아닌 꼭 싱가포르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싱가포르에서 현재 재직 중인 한국인이나 대학교 선배님들과 링크드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락해 커피챗 기회를 잡았다. 감사하게도 Google, P&G, HP 등 다양한 외국계 대기업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대화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는 서울과 비슷한 규모로 작은 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 지리적 위치로 인해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홍콩과 비슷하게 아시아태평양 지역 (APAC)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다수 위치한다. APAC 본사에서 업무를 할 때, 한 지역에 기반한 사고가 아니라, APAC 지역의 여러 국가들을 고려한 high-level thinking을 할 수 있다. 특히 홍콩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이 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홍콩보다 싱가포르에 APAC 본사를 두게 되었고, 그 결과 싱가포르는 커리어 성장을 위한 기회의 땅으로 더욱 부상하게 되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해외에서 혼자 살 때 치안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싱가포르는 법이 강력하고 국가 청렴도가 높아 치안이 매우 우수하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아시아계가 (중국계 70% 이상)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코로나 시국에 북미나 유럽에서 대두된 아시아인 증오 범죄가 (Asian Hate Crime) 발생하기 어렵다. 한 K-현직자는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말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NUS에는 한국문화 동아리가 있었고, 한국 대학 교환학생이 인기가 많아 교환 신청 경쟁이 치열하며, 학교 곳곳에서 K-pop 안무 틱톡 영상을 찍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직장인의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데, 싱가포르는 여행을 떠나기에 심리적 그리고 금전적 부담이 타 지역들에 비해 비교적 적다. 왜냐하면 싱가포르 국토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도 공항과의 거리 또는 공항까지의 교통비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물가는 비싼 편이지만, 2~3시간이면 저가 항공을 통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물가가 저렴하여, 여행 비용 부담이 적다. 한 K-현직자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부서에서 서로 주말 여행 정보를 교환하며 여행을 장려한다고 하여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의 작은 규모와 높은 물가로 인해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던 것 같다. 교환학생 시절 지인들과의 농담 중 하나는 “싱가포르에서 가난한 삶을 살지만, 주변국으로 가면 왕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변국으로 여행했을 때, 싱가포르에서 비싼 딤섬과 칠리크랩이 여행지에서는 거의 반값이어서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다.
커리어 선배님들과의 커피챗과 오피스 투어에서 얻은 경험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들 덕분에 싱가포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화 속에서 좋은 점뿐만 아니라 치솟는 집값과 자국민 우호정책으로 인한 외국인 취업의 어려움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알게 되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며,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경험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것이었다.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나의 가치관과 직업적 목표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싱가포르에서의 다양한 만남과 대화는 앞으로의 내 경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각자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과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