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를 왜 떠나고 싶어할까?
인턴십부터 정규직까지 한국의 취업 문은 바늘 구멍이다. 사람들이 '좋다'고 인식하는 회사의 수는 극히 한정적인 반면, 그 회사들에 대한 수요는 넘쳐난다. 인턴십조차 3차 인터뷰까지 보는 회사가 있고, 채용 과정이 두 달 정도 걸리는 곳도 존재한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누구나 알 만한 기업에 간절히 입사하고 싶었고, 여러 번의 면접을 거쳐 해당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참고로, 팀 및 부서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현재와 당시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회사를 언급하진 않겠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마치 소개팅 전에 받은 그 사람의 사진이 내 이상형 같았는데, 실제로 만나니 실물이 많이 다르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입사 전에는 인턴십 과정이 길고 까다로운 회사였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은 얼마나 멋진 분들일지, 배울 점이 많을지 기대가 컸다. 다수의 회사 소개 영상을 통해 본 회사 문화도 매우 훌륭하고, 나에게 딱 맞는 곳일 것 같았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팀 내 빈번한 갈등과 의견 충돌로 인한 중도 퇴사,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Dream Job'에 대한 환상을 산산조각 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 대한 환상을 없애 준 좋은 경험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괴로운 현실이 당혹스러웠다.
괴로운 현실 속에서 나는 문득 궁금해져 퇴사를 결심한 선배님께 질문을 던졌다. 그분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며, 나중에 비슷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나로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분이 이전에 몇 년간 근무하신 회사에 비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의 근속연수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이직 주기가 짧거나 잦을 경우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때론 아니다 싶으면 도망치는 게 무작정 버티는 것보다 나아요
선배님은 몇 달 동안 주변의 의견을 묻고 다양한 점을 고려한 끝에 쉽지 않게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팀장과의 갈등은 깊어만 갔고, 업무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단순히 업무 방향성의 차이라면 괜찮지만,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하고 위축되게 만드는 상사의 가스라이팅 발언은 자신에게 독이 되는 환경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때 그는 이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평판 리스크 때문에 일단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입사 후 최소 1-2년은 다니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못 버티는 것이 나의 나약한 멘탈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선배님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도망은 회피가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를 향한 퀀텀 점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도망친 이후의 불확실성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것은 '회피'가 아닌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깨달음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결국, 각자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과 용기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