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_높이 오를 것인가? 멀리 갈 것인가?
걷는다는 것의 의미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산길을 걸으며 오롯이 나만의 생각에 빠질 수 있고
땀방울을 흘리며 운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에 올라서 멋진 풍경을 즐길 때면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하지만 산에 오르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의 한 달을 보내면서 걸었던 올레길.
높이 오르지 않았지만 평범한 그 길이
선물해 주는 매력은 특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옮길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가슴 설레는 제주 풍경과
그 풍경 속의 자연과 사람의 냄새가 너무나 좋았다.
산에 오르는 것 이상의 행복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산에 오르는 것보다
걷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젊은 시절에는 경주하듯이 산을 올랐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라는 생각.
더 높이, 더 빠르게 오르는 정상보다
걷는 그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회사에서의 생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는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이
회사 생활의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오르지 못하면 낙오자 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꼭 그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천천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멀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남들 시선보다는 내가 즐기면 충분하다.
나의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이제 회사에서의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
높은 정상에 도전하는 희망고문보다는
내가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길을 걷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높지 않지만 멀리 가는 길.
이제부터 그 길을 걷고 싶다.
내가 원하는 나만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