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마시며 소박한 숲길을 걷다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의 계절, '가을'이다. 창문을 여는 순간 파란 하늘, 화창한 날씨가 나를 설레게 한다. 이런 화사한 날에는 어디론가로 떠나야 제 맛! 이번 주말, 우리 가족은 가벼운 산책을 위해 청평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북한강가를 달려서 청평댐 근처에 도착하니 산들이 조금씩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여기저기 완연한 가을이 온 듯 했다. 신청평대교를 지나서 약 3분 정도가 지났을까? 잠시 후 네비게이션이 청평 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했다는 안내 음성을 보냈다.
청평 자연휴양림의 첫 인상은 '소박, 그 자체'였다. 처음 보여지는 표지판도 대학 시절 MT에서 만났던 북한강의 느낌이랄까? 뭔가 꾸미지 않은 과거로의 여행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숙박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입구에서 개인당 5000원(어린이는 4000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내하시는 분이 "입장 티켓으로 휴양림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입장료가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휴양림 산책을 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생각하니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입구쪽에 주차를 하고 우선 살포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서 카페에 들렸다. 입구 쪽 계곡 옆에 예쁜 카페가 있었다. 이곳에 들려서 입장권을 주니 커피 한 잔(다른 음료도 가능)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잠시 가족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차 한 잔을 마셨다. 졸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 물소리와 카페에서 퍼져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근사하게 커피 한 잔. 도심에서 마시는 커피와 다른 맛이다. 더 풍부한 여유로운 느낌이라고 할까? 청평의 자연이 만들어주는 진정한 낭만 카페다.
잠시 숨을 돌리고 이제 휴양림 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른 휴양림과는 다르게 순박하다고 할까? 아직 정리가 덜 된 조용한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개장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으니 깔끔하게 정돈된 것은 않았지만 자연 그대로였기에 더욱 정감이 갔다. 신선한 소나무 내음에 취해서 산책로를 걸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산림휴양관들이 보였다. 휴양관 A,B가 나타났다.
두 개의 휴양관들은 대부분 단체 숙소로 보였다. 10~16명 정도가 들어가는 꽤 큰 규모였다. 3~4가족이 함께 사용하기에 괜찮은 규모였다. 일찍 체크인을 한 가족 몇 팀이 올라와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숙소 바로 앞에 근사한 바비큐 장이 있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즐기기에 완벽한 숙소로 느껴졌다. 숙소 뒤에는 인조잔디 구장이 있어서 운동을 즐기기도 가능해보였다.
조금 위로 올라갔다. 휴양관 C,D,P가 이어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숲 속의 집은 없는 듯 했다. C와 D는 모두 10~16명이 사용하는 단체 숙소였고, 가장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숙소 P가 조금 신기했다. 마치 유럽의 멋진 산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안내서를 보니 5개의 방이 있는데 4인실 2개, 6인실 2개, 8인실이 1개 있었다. 아마도 이 5개의 객실이 청평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아닐까 라는 생각. 한 가족이 온다면 산림휴양관 P를 사용하는 것이 나을 듯 했다.
이제 휴양림 숙소 구경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청평자연휴양림의 약수터. 가는 길에 근사한 북한강 전경도 볼 수 있기에 아들 손을 꼭 잡고 걷기를 시작했다. 안내판을 보니 휴양림에서 약수터까지는 900미터 정도의 거리였다.
첫 시작은 잔잔한 오르막길이었다. 혹시 900미터가 가파른 길이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가족들을 안심시키며 가을 산책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가는 길은 완만한 길이었다. 5분 정도 걸으니 저 멀리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강 전망대인가?' 살짝 속도를 내서 걸었다. 그 앞에 가니 "와" 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근사한 풍경이었다. 진정한 북한강 전망대였다. 청평 뒤로 이어지는 푸른 산과 강이 한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아들 녀석과 함께 잠시 자리에 앉아서 멋진 풍광을 눈으로 담았다.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산책 시작했다. 가는 길은 북한강을 곁에 두고 걸었다. 그래서 더욱 힘이 나는 듯 했다. 아들 녀석도 너무 좋다며 더욱 빨리 걷자고 내게 말했다. 200미터 남은 구간에서는 내리막길로 길이 변했다. 얼마 걸었을까 휴양림에서 출발해서 30분 정도 걸릴 듯 하다. 원시림에서 쏟아나오는 약수터가 나타났다. 너무나 목이 말라서 약수물 두 바가지를 원샷했다. 정말 시원했다. 약수 맛이 일품이었다. 아들 녀석도 신기한 듯 벌꺽벌꺽 약수물을 마셨다. 약수터 앞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는 다시 휴양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더욱 가벼웠다. 20분만에 산책로 입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시원한 가을바람이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산뜻함과 청량함이 가득한 바람이었다. 가을 바람이 땀의 열기를 뺴앗아가는 순간, 그 행복함을 이루말 할 수 없었다. 이것이 가을 산행, 아니 가을 산책의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청평자연휴양림을 나오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뭉개 구름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 재미있는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북한강을 품은 멋진 근사한 휴양림. 산림욕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하게 흐르는 북한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암반에서 흐르는 시원한 약수를 맛 볼 수도 있는 그 곳. 잠시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휴식을 맛보고 싶다면 청평 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