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동쪽에 있는 또 하나의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사실 강원도 원주 백운산 자락에는 2개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서쪽에는 산림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립 백운산 자연휴양림이 있고, 산의 반대편인 동쪽에는 강원도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치악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면 두 휴양림을 충분히 이동할 수 있기에 우리 가족은 잠시 치악산 자연휴양림에 들려보기로 계획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나와서 원주로 향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렸다. 치악산이 저 멀리 보이는 갈림길에서 제천으로 향하는 5번 국도로 핸들을 돌렸다. 길 왼쪽에 치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금대계곡이 길게 이어졌고 국도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차량을 피해 가며 구불구불한 가리파재를 올랐다. 고개 끝에 다다랐을 때 오른쪽으로 치악산 자연휴양림이라는 안내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옆으로 붉은 단풍을 벗하고 있는 표지석이 우뚝 서 있었다.
치악산 자연휴양림 입구
금대 계곡
입구에서 약 1km 정도를 더 달리니 치악산 자연휴양림의 매표소가 있었다. 오늘은 숙박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입장료와 주차료만을 계산하고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잠시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치악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치악산 자연휴양림이지만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백운산 동쪽 기슭. 치악산의 높은 봉우리들을 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치악산 휴양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듯했다.
입구에서 바라본 치악산 능선
매표소 입구의 안내판들
매표소를 지나니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오른쪽은 나무 이름을 가진 5개의 숲 속의 집이 있었고, 왼쪽으로 가면 치악산 휴양림 중앙에 있는 광장을 비롯하여 황토방과 이곳 휴양림을 대표하는 멋진 숲 속의 집이 위치해 있었다. 아들 녀석이 계곡물이 만져보고 싶다고 해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너무나 맑았다. 살짝 손을 담갔다. 가을의 끝이라서 그럴까? 상당히 차가웠다. 순간 정신이 번쩍!. 계곡 따라서 올라가니 옆으로는 참나무와 잣나무, 소나무 방이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방이 있었다. 그 뒤쪽으로는 백운산을 오를 수 있는 산책로가 있었다. 입구 쪽에서 가깝기에 치악산 등산을 위한 숙소로는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숲속의 집 (참나무, 잣나무, 소나무)
느티나무방과 은행나무방, 그리고 산책로
다시 차를 타고 휴양림 중심부로 올랐다. 오르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게 느껴졌다. 구불구불경사도가 꽤 되었다. 가을에는 괜찮지만,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어는 겨울철에는 운전하기가 쉽지 않은 코스였다. 길도 그리 넓지 않았기에 운전할 때 주의를 기울어야 할 듯했다. 가파른 길을 오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더 밟았다. 웅~하는 엔진 소리를 내며 자동차는 거칠게 길 위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카라반 숙소가 3채 보였고, 조금 더 올라가니 숲 속의 새 이름을 담은 숲 속의 집 4채(비둘기, 꾀꼬리, 산까지, 뻐꾸기)가 있었다. 여기까지 오르니 고도가 상당히 높아 보였다. 해발고도가 높아서인지 공기부터 달랐다. 그 상쾌함이 남달랐다. 높은고도 덕분인지 치악산 자연휴양림에는 여름에도 날벌레가 없다고 한다.
가파른 휴양림의 차도
카라반과 숲 속의 집 (비둘기, 꾀꼬리, 산까지, 뻐꾸기)
조금 더 올라가니 커다란 주차장 같은 공간이 있었다. 황토방 앞의 큰 공터였다. 여기에 차를 주차하고 휴양림 전체를 둘러보기로 했다. 바로 여기가 치악산 자연휴양림의 중심부처럼 느껴졌다. 황토방은 2개 건물에 각각 4개씩 1번 방부터 8번 방까지 있었고, 그 앞에는 멋진 숲 속의 집 3채가 있었다. 다람쥐와 산토끼, 고라니 방이었다. 이들 숙소가 가장 인기가 많은 방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문 앞에는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가 있었고, 근사한 야외 테이블도 있었다.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최고의 숙소로 느껴졌다. 보는 것만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황토방과 숲 속의 집 (고라니, 산토끼, 다람쥐)
치악산 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
고라니 방 뒤쪽으로 가니 삼거리가 나왔다. 양쪽 모두 치악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왼쪽으로 가면 석동종점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금대삼거리로 가는 길이었다. 좌측에는 굴참나무방과 상수리나무방이 있었고 그 앞으로는 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낙엽이 예쁘게 쌓여있어서 낭만 가득한 산책로였다.이 길을 따라서정상으로 오르는중간에는 칠성바위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을 볼 수 있고, 삼각형의 좁은 바위 구멍이 있는 구멍바위도 있다고 한다.
휴양림의 갈림길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방
등산로 입구
우리 가족은 마지막으로 치악산 자연휴양림의 랜드마크 숲 속의 집인 오소리, 너구리, 청설모 방으로 향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2~3분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노랗게 물든 단풍 숲, 그리고 소복하게 길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오롯이 가을의 정취를 즐겼다.
치악산 자연휴양림의 산책로
카라반 파크
저 멀리 치악산 휴양림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삼각형 텐트처럼 만들어진 치악산 휴양림을 대표하는 숲 속의 집. 겨울에 눈이 많은 휴양림의 특성을 반영하여 북유럽식으로 만들어진 숙소였다. 바로 이곳이 치악산 휴양림의 가장 깊은 곳이기에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발걸음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가을에 흠뻑 취해서 그럴까? 내려오는 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잠시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니 황금색 단풍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살랑살랑하는 모습. 행복한 가을 아침, 우리 가족은 치악산 자연휴양림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