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백운산이 있다. 광양의 백운산, 포천의 백운산, 산청의 백운산, 울산의 백운산. 무주의 백운산, 천안의 백운산 등 내가 들어보고 다녀본 백운산만 해도 대여섯 개가 된다. 그 많은 대한민국의 백운산 중에서 이번 주말에는 생애 처음으로 강원도 원주에 있는 백운산을 찾았다.
백운산은 강원도 원주와 충북 제천의 경계에 우뚝 솟은 해발 1087m의 산으로, 원주에선 치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이 산의 줄기에 사계절 다른 얼굴로 탐방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국립 백운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봄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가득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계곡이 일품이다. 가을에는 능선을 따라서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단풍의 아름다움이, 겨울에는 하얗게 펼쳐진 설경을 즐기며 소복소복 눈길을 걸을 수 있는 휴양림이다.
서울에서 국립 백운산 자연휴양림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안내소를 지나서 조금을 올라가니 근사한 표지판 하나가 우리를 맞이했다. 잠시 쉬어가자는 아내의 한 마디에 자동차를 근처에 정차했다. 잠시 차에서 내려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갔다. 한없이 맑은 가을 계곡이 보였다. 용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용소골 계곡이었다. 이곳에는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용의 모습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계절 내내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1 급수에만 사는 토종어들이 살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송사리처럼 보이는 물고기 떼들이 계곡물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었다. 아들 녀석은 신기한 듯 그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 입구의 표지판
가을이 담긴 용소골 계곡
맑은 계곡과 물 속의 물고기 떼
다시 차에 올랐다. 길게 계곡을 따라서 오르는 길이 이어졌다. 우리가 머물 숙소까지는 약 1.7km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조금 더 차를 달리니 숙소동이 나타났다. 아쉽게도 백운산자연휴양림에는 숲 속의 집이 없었다. 오직 연립동만이 A, B, C, D로 4개 나눠져 있고, 1개의 연립동에는 5개의 방이 있었다. 연립동 A~C동은 가장 위쪽에 위치하고, 연립동 D는 목공예 체험장이 있는 계곡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숙소동 앞에 넓게 펼쳐진 주차장에 정차를 하고 살포시 기지개를 펴며 차문을 열었다. 상쾌한 가을 공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가을 풍경. 너무 아름다웠다. 11월의 중순이라서 이미 가을이 끝이 난 것처럼 생각했지만, 며칠간 이어진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백운산에는 가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핸드폰을 꺼내서 열심히 가을 사진을 찍었다. 산 아래 있는 연립동 C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 나란히 연립동 A와 B가 있었다. 가을 숲 속에서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조금 아쉬운 것은 현재는 산불조심기간이었기에 11.1일~12.15일 까지는 숯불 바비큐가 금지된다는 것.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는 낭만적인 저녁 식사는 오늘은 어려울 듯했다.
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는 B동의 영지버섯방. B동에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방으로, 모두 6명이 묵을 수 있고 복층으로 된 숙소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앞의 세 방향 창에 눈에 들어왔다. 그 앞으로 테라스가 있었다. 거실과 주방이 있었고 화장실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 복층 공간이 있었다. 6인실이라고 했지만 방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텔레비전 옆의 창이었는데. 주차장에서 쉽게 안쪽을 볼 수 있기에 이 창문은 커튼을 쳐놓아야 했다. 또한 테라스도 옆에 객실과 칸막이로 나눠져 있어서 방음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로를 위해서 조용하게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필요한 공간처럼 보였다.
영지버섯방
영지버섯방 복층 계단
영지버섯방의 복층과 1층 화장실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연립동 C동 앞으로 산책로가 있었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가벼운 산행이 가능한 코스였다. 이곳에서는 매일 오전 10시에 숲해설 프로그램이 시작된다고. 아버지 같은 자상하신 숲해설사님이 백운산 숲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숲에 얽혀 있는 에피소드와 특별한 이야기를 들으며 산을 오르면 피로감도 덜하고 걷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숙소 아래쪽에는 숲 속 목재놀이터가 있어서 스트레칭이나 윗몸일으키기 등을 즐길 수 있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백운산 정상으로 향하는 웰빙 걷기 코스가 있다. 이 길은 숲 치료로 유명한 산책로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웰빙 산책로는 우울증이나 피부염 등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최고의 등산 코스 중의 하나라고. 숲 해설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안개가 짙게 끼는 날에는 마치 미지의 신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맑고 화창한 날에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빛 내림이 숲에 흠뻑 취하게 한다"며 언제라도 특별한 분위기를 선물해 준다고 강조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의 산책로
백운산 등산로
웰빙 등산로 아래로 조금만 걸어가면 목공예 체험장이 있었다. 가족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로, 1~2만 원으로 집에서 꼭 필요한 목공예품들을 만들어서 직접 가져갈 수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7시까지 운영이 되니 입실을 하고 바로 가거나 퇴실 시간에 맞춰서 체험을 진행해야 한다. 이곳을 꼭 들려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체험장에 앞으로는 흐르는 계곡이 백운산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목공예 체험장
목공예 체험장 앞의 맑은 계곡
계곡을 끼고 나무데크가 놓여있었다. 가을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도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게 물놀이하기 좋아 보였고, 겨울이면 얼음판을 즐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가을 용소골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하나둘씩 펼쳐지는 비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작은 폭포, 큰 폭포 등 얼마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핸드폰을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 계곡이 아닐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고 등산의 재미도 느끼며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백운산 자연휴양림. 이곳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우리 시대 최고의 휴양림이 아닌가 생각했다. 언제라도 좋으니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자 한다면 백운산자연휴양림으로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생각한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