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_②보고 또 보고,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경영층 보고와 소통법

by Wynn

EP2. '금요일 오후 5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시를 받은 즉시, 중간보고를 준비했다.

다음 날 콘텐츠 목차를 정리한 보고서를 팀장님께 올렸다. "팀장님 말씀하신 내용과 주최 측 의견을 종합해서 기본적인 목차 구성안을 정리했습니다. 주제는 모빌리티 개발전략과 미래비전이고 분량은 발표시간 고려하여 20장 정도로 정했습니다." 팀장님은 보고서를 살펴보더니 "구성은 무난한데, 뭔가 색다른 콘텐츠가 없을까"라고 되물었다.

"우선 목차는 이렇게 보고 드리시고, 사장님 의견 주시면 추가하여 세부 콘텐츠는 더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래, 우선 우리 생각과 사장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하니까, 이대로 올려보자"

팀장님은 비서에게 사장님 일정을 곧장 문의했다. 금일은 대면 보고 어렵다는 내용을 전해 듣고 이메일을 통한 보고를 진행했다. 이메일 작성 후에 목차 리스트에 맞춰 발표자료를 준비했다.


의견을 기다리던 수요일 오후가 조용히 지나고, 다음 날인 목요일도 아무 소식 없이 지나갔다.

금요일 아침 불안한 마음에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지난 수요일 오전 저희 팀장님께서 보고하신 내용을 본부장님께서 확인하셨나요?"

"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

비서는 사장님 이메일 계정을 빠르게 확인했다.

"어제 읽으셨네요. 아무 말도 없으면 그대로 진행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게도 아무런 지시 없으셨고요" "네 감사합니다. 박 비서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께도 이를 보고하니 "잘 됐네. 그대로 진행해"라는 답했다.


금요일 오전 중에 최종 보고를 위한 발표자료를 마무리하고, 13시에 팀장님에게 최종 보고를 드릴 수 있었다 "고생했어. 쭉 훑어보니 내용도 괜찮고, 최근 자료도 잘 정리가 된 것 같네. "

팀장님은 즉시 사장실로 향했고, 얼마 후 자리에 돌아왔다. "김책임, 사장님이 회의가 생기셔서 자리에 놓고 올려놓고 왔네. 자료 보시고 이제부터 발표 준비하겠지. 수고했어"

그렇게 모든 것이 무사히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5시 퇴근 무렵 사장님의 전화 한 통! 팀장님은 회의 도중에 급하게 사장실로 향했고 10여분 후 자리로 돌아왔다.

"판갈이(전체 내용을 바꾸는 은어)는 아니네. 미국에서 정책 지원 법규가 바뀐 것 추가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글로벌 경제 공조를 위한 정부 지원 강화 정도 추가하라고 하시네"

그리고 미안한 듯 나를 바라보며 "사장님께서 월요일 아침에 수정한 내용 확인하자고 하시네"

'아...' 한숨이 나왔다. '또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구나.' 모두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다.


Tip 1. 마감 시간을 명확히 하라.


경영층 발표자료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마감 시간이다.

발표일자는 최종적으로 경영층이 발표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결코 자료를 준비하는 마감이 아니다.

경영층이 준비하는 시간을 고려하여 최종 보고는 최소 2~3일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게 마감 시간이다. 가끔씩은 그 시점에서의 해외출장이나 외부 일정 등으로 인해 4~5일 전에 자료 보고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으니 이점 명심해야 한다.


최초의 목차 보고는 지시받고 하루나 이틀 후 보고가 최선이며, 중간 관리자 보고는 그 중간에 진행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자료 준비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실무자는 언제나 자료 작성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100% 완벽한 자료 작성보다 전체적인 구조가 완성된 70~80%의 자료면 충분하다. 우선 틀을 구성하고 완성도를 높여야만, 갑작스러운 경영층 호출에 대비할 수 있다. '방심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Tip 2. 내가 넘어야 할 산을 최소화하라.


경영층 자료를 완성했다 하더라도 실무자와 경영층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는 없다.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의 특성상 조직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소통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결재라인을 줄여야 한다. 보통의 경우, 실무자-팀장-경영층으로 이어지는 3단계 보고 체계가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실무자-그룹장-팀장-실장-사업부장-본부장 이런 식으로 결재라인을 타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정말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과거 협력사들에게 보내는 격려 메일 작성을 한 기억이 있다. 본부장 지시가 아닌 실장급 아이디어로 시작된 서신 작성이었기에 보고 라인이 상당히 복잡했다.

그 당시 2장짜리 메일을 작성하는데 무려 한 달이 넘게 걸렸고. 수정한 버전만 30개가 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종본은 첫 번째 작성한 메일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 가능하다면 중간의 결재라인을 생략할 수 있도록 나의 직속 조직장, 그리고 경영층과의 소통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Tip 3. 비서와 친해야 버틸 수 있다.


경영층 발표자료 담당자가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하는 사람이 비서진이다. 경영자의 일정관리는 물론, 중간보고 등을 담당하는 비서와 친해야만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대외 발표 업무는 경영층과의 소통이 필수이기에 보고 일정을 잡거나 인터뷰 등 진행을 위해서는 이들 도움이 필수다.


CTO에게는 보통 엔지니어 출신의 수행비서와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 등 3명의 비서진이 있다. 그중에서도 수행비서와 친해진다면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경영층 기분 등을 파악해 최적의 보고를 진행할 수 있다. 일정 담당하는 비서는 스케줄을 조율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사도 동선을 파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니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Tip 4. 첫 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 듯, 자료에서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차와 본문의 첫 번째 장표다.

목차는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발표시 대부분은 목차를 보면서 자신이 오늘 어떤 얘기를 할지 설명한다. 경영층이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적절한 표현 선택이 중요하다.

본문 첫 장은 전체 큰 그림을 보여주며 거시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발표자들 다수는 첫 장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뒤로 갈수록 발표 시간이 줄어든다. 이 두 페이지가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 명심하자.


이런 것을 고려하여 경영층 보고 전략을 짜면 된다.

보고 과정에서도 이 두 페이지를 강조하면 뒷부분 보고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고, 보고자와 경영층과의 신뢰 관계만 문제 없다면 나머지는 얼굴만 보고 통과될 수 있다.



Tip 5. 숫자의 힘은 강하다.


CTO는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들은 숫자에 강한 공대 출신의 박사님들이다. 이런 배경으로 CTO들은 중요한 숫자들을 모두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에 숫자를 넣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경영층은 자신에게 보고된 자료를 통해 우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발표용 자료에는 중요한 수치들이 많이 들어가기에 대부분 경영층이 인지하고 있는 숫자들이다. 숫자 오류를 찾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지적사항이 숫자 오류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 번은 괜찮지만, 수정 이후에도 이런 오타나 오류가 반복된다면 경영층의 신뢰는 떨어진다. 보고 과정이 험난해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담당자 교체까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숫자에 강한 CTO 들이기에 숫자를 콘셉트화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한다면 약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발표자료 서두에 오늘의 키워드 333 (세계 3위, 30% 점유율, 300만 대 판매) 등으로 표현한다면 반응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숫자를 넣을 때도 현업 담당자나 최신 자료를 통해 확실히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환경이 바뀌어서 성능 수치 등이 달라졌는데, 엉뚱한 숫자를 넣었다가 경영층의 불호령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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