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기술홍보 그게 뭔데?

공대 출신 직장인의 기술 홍보 분투기

by Wynn

공대생, 그리고 기술 홍보(Tech PR)


"전공이 뭐예요?"

국내마케팅팀과의 회식 자리에서 SNS 광고 담당 최대리가 물었다. 본사의 홍보실이나 마케팅실이 아닌 연구소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고 있으니 전공이 궁금해할 만도 했다.

"개과예요, 기계공학, 공대 출신"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답했다.

옆 자리 김대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공대 출신인데 아닌 이런 일을 하세요?"

회사 내부의 홍보 부서나 마케팅 쪽과 회식을 하면 항상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고, 마지막에는 ", 그렇군요" 라며 대화는 간단히 마무리된다.


그렇다. 나는 R&D(연구개발, Research & Development)본부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가 되기에는 깊이 있는 그 무엇인가가 부족했고 연구에 대한 흥미도 크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이 기술 홍보다.

엔지니어 마인드를 가지고, 수많은 연구원들의 대변인이 되어,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제품들을 스토리텔링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일.

이것이 내가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 이유다.


기술 홍보(Tech PR)란 R&D의 혁신적 기술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미래 비전과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미디어나 대외에서 발표하는 연구소 경영층의 스피치도 작성하고, 리더십 포럼이나 글로벌 콘퍼런스, 전문 학회에서 아젠다를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신제품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도 기획하고, 글로벌 전시회나 산업 박람회에 나가는 화려한 기술 전시물도 제작한다.

때로는 독자 기술 브랜드도 만들어 마케팅도 하고, 전 세계 미디어와 대중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비전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기도 한다.

이 직업을 나는 'R&D 스토리텔러', 또는 'R&D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지칭한다. 허나 말이 너무 어려워서 단순하게 '기술 홍보 전문가'라고 부르면 충분할 듯하다.



기술 홍보와의 인연


이 일과의 인연은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입사하자마자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새내기인 나에게 과분한 프로젝트가 떨어졌다. 연구개발본부장의 원고 작성이었다.

입사 후의 첫 번째미션이었기에 정말 밤을 새우며 고민 고민 끝에 원고를 완성했고, 다행히 팀장님의 첫마디는 "어? 괜찮은데.. 기대 이상이야 "이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윗분들의 신년사를 비롯하여 각종 행사의 축사, 미디어 인터뷰 기사까지 과제가 계속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임원 퇴직 연설문을 쓰기고 했고, 윗분이 참석하는 결혼식 주례사까지 다양한 장르(?)의 원고를 작성했다. 원고 하나하나 정말 고통의 연속이었고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약까지 먹어야 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런 업무가 죽도록 하기 싫었지만, 안타깝게도 스피치 원고는 줄지 않았고 화려한 대외 프레젠테이션 작성까지 나의 몫으로 떨어졌다. 정부, 미디어, 대학 주관의 주요 콘퍼런스와 발표회에서 왜 그리 많이 발표 요청이 오는지.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윗분들이 워낙 유명하신 개발 담당 중역이라서 섭외 요청이 쇄도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파워포인트 사용법이 서툴러서 1페이지 만드는데 하루나 이틀이 걸렸기에 정말 야근의 연속이었다. 평일에 자정이 돼서 퇴근하기 일쑤였고, 주말에 나와서 열심히 PPT 만드는 것도 일상이었다. 그 노력 덕분인지 이제는 몇 시간이면 글로벌 콘퍼런스의 발표자료 한 세트 정도는 완성할 정도로 업무가 익숙해졌다. 본의 아니게 반복 학습의 힘, 1만 시간의 법칙을 몸소 체험했다.


이런 업무가 어느 정도 몸에 익었을 무렵, 또 다른 도전 과제가 떨어졌다. 특별한 책을 만들어보라는 사장님의 지시였다.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수년이 걸리는데, 이런 것을 스토리북으로 정리해 보라는 것이었다. 무조건 책 한번 만들어보라는 윗 분들의 반강제적인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사진도 배워야 했고, 책자 편집과 인터뷰 기술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까다로운 연구소 보안 이슈로 인해 외부 전문 취재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에 취재, 기사 작성, 사진 촬영, 편집까지 독박 업무의 고통 속에서 아픔을 이겨내야만 했던 그날의 기억들. 우여곡절 끝에 'R&D STORY'라는 연구소 시선에서의 제품 개발 스토리를 무사히 발간할 수 있었고, R&D 스토리텔러라는 운명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에너지 수소 기술 홍보를 담당하라는 것. 수소에 '수'자도 모르던 내가 수소 홍보라니, 죽을 힘을 다해 '수소' 두 글자를 이해하기 위해 달렸다. 주변 전문가들과 현업 연구원들의 도움에 힘입어 수소 에너지 기술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수소 홍보 담당자로 간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새로운 수소 브랜드 런칭할 수 있었고 150 억 원짜리 글로벌 행사를 기획하고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파워포인트 한 장 만들지 못하던 신입사원에서 이제는 기술 홍보 방향성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게는 할 일이 남아있다.

기술 홍보에 대해 풀지 못한 조금한 갈증이 있.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기술 홍보 분야는 우리 기업에서 그렇게 빛나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 홍보 전문가들이 많지 않기에 회사에서 실질적인 조직화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일반적인 PR 담당자나 마케터들에 비해서 기술 홍보 담당자들은 그렇게 빛나지 못하고 있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홍보 전문가나 마케터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 기술 홍보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 홍보 담당자들이 미디어 홍보팀이나 마케팅팀을 위한 조연이 아닌, 실질적으로 기술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당당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 그것이 내가 기술 홍보에 대한 남은 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제는 진정성의 시대다.

기술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기술을 통해 시장과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고, 앨런 머스크도 기술 홍보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가로 우뚝 섰다. 기술 홍보가 새롭게 주목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 시대를 준비하며 글을 준비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나도 기술 홍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나의 글은 3개 파트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파트는 Tech PR & Communication이다. CEO, CTO, 연구소장 등 기술 경영자들의 대외 프레젠테이션과 스피치를 준비하는 과정과 미디어/IR 관련 이벤트 대응법, 그리고 기술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그 활용법 등에 대한 현장에서의 에피소드와 함께 노하우에 대해서 보여줄 예정이다.


part 1. Tech PR & Communication


1. CTO, 미래를 말하다
- 대외 발표 준비는 이렇게

2. 보고 또 보고,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
- 경영층 보고와 소통법

3. 화려한 무대 뒤의 주인공
- 경영층 프레젠테이션 준비와 지원

4. 가깝고도 먼 미디어
- 미디어 대응 노하우

5. R&D STORY
- 기술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6. 기술 홍보가 돈이다.
-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기술 홍보

7. 기술보안? 기술 홍보? 뭣이 중한데!
- 리스크 관리


두 번째 파트는 Tech Show 부문이다.

기술 전시물 제작과 전시 기획 및 운영, 비전 Day나 쇼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CES와 모터쇼 등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에피소드, 그 노하우를 정리해서 글로 전달하려고 한다.


part 2. Tech show


1. 'Tech Show' 세상을 바꾼다.
- 기술 홍보와 Tech Show

2. 전쟁의 서막을 열다
- Tech Show 기획을 말하다

3. 예술인가? 기술인가?
- 기술 전시물 기획부터 제작까지!

4. 창조의 고통 속으로!
-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고민들

5. 비전으로 미디어를 유혹하라.
- 프레젠테이션 메시지와 미디어 전략

6. 이제 시간과의 전쟁이다!
- 최종 리허설을 향한 여정

7. D day, 꿈은 이루어진다.
- Tech Show와 글로벌 로드쇼


세 번째 파트는 Tech Branding & Marketing이다. 기술 브랜드 기획과 론칭, 그리고 브랜드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프로모션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담고자 한다.


part 3. Tech branding & marketing


1. 니 이름이 뭐니? 기술도 브랜드 시대다.
- Tech 브랜드 시대의 도래

2. 팀워크로 승부하라!

- 기술 브랜드 만들기 위한 공동작업

3 기술 브랜드, 세상을 향하다!
- 론칭 전략 및 콘텐츠 만들기

4. R&D 한계를 극복하라.
- 성공적인 브랜드 관리와 운영

5. 기술 홍보의 새로운 가능성, '디지털'
- 웹/모바일 기반 기술 브랜드 운영

6. 세상과 브랜드 경험을 공유해라.
- 글로벌 전시 프로모션과 이벤트

7. Tech brand × ★을 만들어라.
- 기술 브랜드의 제휴 마케팅


기술 홍보를 위해 걸어왔던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경험을 공유해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

기술 홍보 업무를 해보고 싶지만 비전공자라서 망설여지거나, 기술과 R&D 분야 홍보에 대해 미래를 걸어보고 싶거나,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FIRST MOVER 기업이 되길 바란다면

나의 글이 조금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단히 신발 끈 동여매고 첫 글로 노크를 한다. 새로운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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