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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26. 2022

첫 투명 카약 체험과 섭지코지 나들이

월정리 투명 카약 체험, 섭지코지 산책, 승마 체험

"대~한민국!"

대한민국 축구팀의 승리를 위해 밤새 목놓아 외쳤다. 아쉽게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는 0:0 무승부. 같은 조의 포르투갈과 가나의 경기가 궁금하여 결국에는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월드컵 시청의 여파로, 오늘 오전은 그냥 숙소에서 푹 쉬기로 하고 오후부터 근처 나들이를 떠나기로 했다.


우선 쇠소깍에서 이루지 못한 카약 체험을 하고, 해질 무렵에 섭지코지를 찾는 것이 25일 차 일정이었다. 1시가 조금 넘어서 월정리 투명 카약 체험장으로 향했다. 체험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2개 팀이 바다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젓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너무 낭만적이고 근사하며 아름다워 보였다.

월정리 투명 카약

빨리 타고 싶다는 아이의 재촉으로 우리 가족도 구명조끼를 입고 카누 선착장으로 향했다. 보통은 2명이 타는 카약이지만, 아이가 7살 정도였기에 우리 카약에는 나와 아내, 아이까지 모두 3명이 탈 수 있었다. 먼저 중간 자리에 아내가 탑승하고, 맨 앞에 아이, 그리고 맨 뒤에 내가 순서대로 탑승을 했다. 3명이 배에 오르니 흔들흔들! 물이 들어올 듯이 아슬아슬 카약이 흔들렸다. 안전 담당자는 "절대로 몸을 흔들지 말고, 바위가 있는 곳이나 먼바다로 나가지 말라"는 유의사항과 함께 간단히 노를 젓는 방법을 알려주고 우리 카약을 살포시 바다로 밀어주었다.

투명 카약 체험의 시작

투명 카약이 움직였다. 우선은 오른쪽의 노만 저어서 카약을 바다 방향으로 틀고 아내와 함께 왼쪽, 오른쪽 노를 맞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근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생각만큼 빠르게 나아가지는 않았다. 몇 번 테스트를 하니 큰 무리 없이 카약을 움직일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큰 위험 없이 카약을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파도와 바람으로 인해 상시로 균형을 잘 잡아야만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10여분 동안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를 젓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도 노를 젓고 싶다고 엄마와 함께 노를 저었는데, 그럴 때마다 바닷물이 카약 속으로 들어왔다. 아내와 아이의 옷이 상당부문 물에 젖을 정도였다. 20여분을 타고 여기저기를 돌다 보니 조류 때문인지 너무 멀리 배가 나온 듯해 보였다. 조금 위험해 보인다는 아내의 말에 전력을 다해서 다시 육지 쪽으로 노를 저었다.

지그재그 움직이며 다시 출발점 근처로 카약을 움직일 수 있었다. 30분 정도 타니 이제 슬슬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고, 배의 흔들림으로 인해서 멀미도 살짝 나는 듯했다.

바다 위 투명 카약 체험

처음에는 오래 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체험을 해보면 30분 정도가 즐기기에 적당한 시간 같았다. 카약을 타러 오는 팀에 5~6팀 정도로 많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투명카약 체험을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바람이 그리 심하지 않은 날이었는데도 흔들림이 있었는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이면 체험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건 내 7살 아들은 즐거운 체험이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성공한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카약 체험에서 체력을 많이 써서일까? 배가 출출해졌다. 그래서 평대리에 유명한 전복돌솥밥 집을 찾아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전복돌솥밥과 전복뚝배기를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잃었던 에너지를 한 방에 충전하는 기분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려서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섭지코지는 제주도 방언 '좁은 땅'이라는 섭지와 바다 밖으로 나온 곶이라는 의미의 코지가 합쳐져서 불리게 된 지명이다.  2003년 드라마 올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세트장이 있는 이곳이 유명 관광지가 되었으며, 2005년 올인하우스라는 테마 박물관이 생기면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근데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예전의 테마박물관은 사라지고 동화에서 나올법한 과자집 외형의 코지 하우스로 바뀌어 있었다. 2014년에 리모델링된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공사 중이라서 출입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우리 가족은 지는 해를 등지고 등대 방향으로 오붓하게 산책을 했다.


섭지코지와 코지하우스

저 멀리 방두포 등대가 보였고, 등대 아래로 붉은오름과 선돌이 눈에 들어왔다. 등대가 있는 붉은오름은 내부에 붉은색의 화산송이가 쌓여있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바다 위의 선돌은 용암이 굳어서 형성된 용암 기둥으로 그 오묘한 조화가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가는 길에는 바닷바람을 맞고 노란색 국화가 예쁘게 산책로 주위를 수놓고 있었다. 그 향기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방두포 등대 전망대에 오르니 독특한 디자인의 민트 카페 뒤로 성산일출봉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방두포 등대와 국화, 그리고 붉은오름과 선돌

등대 주위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승마 체험 코스가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코스였지만, 아이가 한 번 타보기에는 괜찮을 듯하여 체험을 신청했다. 올해 초에 말을 한 번 타봐서인지 아이도 아무 거리낌 없이 백마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정해진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일몰 풍경과 함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섭지코지 승마 체험

몸은 피곤했지만, 가족이 함께 바다에서 투명 카약도 함께 타고, 아이가 승마 체험했다. 뭔가를 선물해준 듯하여 뿌듯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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