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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24. 2022

제주의 기원 '돌'을 만나다

제주 돌문화공원

새벽녘까지 거센 비가 이어졌다. 아침 하늘도 무거운 먹구름이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오후부터는 날씨가 갠다는 일기예보를 고 오늘 일정은 오후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우리 가족이 방문할 장소는 '제주 돌문화공원'. 사려니 숲길을 갈 때 아이가  우연히 돌문화공원 입구 표지판을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장소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쯤 제주 돌문화공원에 도착했다. 우리를 반겨준 것은 까마귀들이었다. 주차장 앞의 감나무에서 남은 감들을 먹으면서 깍깍 소리를 내며 우리 가족을 격렬히(?) 환영해주고 있었다. 돌문화공원이라고 해서 단순히 제주의 돌들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공원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초대형 주차장 4개가 있는 것을 보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리는 예쁘게 단장된 공원 입구를 걸어서 매표소로 향했다. 유치원생은 무료였고 성인은 5천 원의 입장료를 받았다.나와 아내의 입장권을 끊고 돌문화공원으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안내서를 받아서 확인해 보니, 공원은 크게 3개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돌문화공원 입구
공원 초입에서 만난 모자상과 계단 숲, 공원 안내도

예상과는 다르게 전체를 돌아보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했다.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모두자세히 둘러보려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우선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하늘연못과 돌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예쁜 돌계단과 노란 억세 밭, 그리고 거대한 돌이 양쪽으로 서 있는 돌들의 통로가 있었다. 잘 정리된 산책로를 5분 정도 걸으니 둥근 인공 연못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박 2일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는 하늘연못이었다. 돌박물관 옥상에 만들어진 지금 40m, 원둘레 125m의 대형 연못이었다.

하늘연못

그 중심에는 작은 섬 같은 곳이 있었는데, 여기가 사진 찍기 최고의 장소라고 알려져 있었다. 연못 주위에는 장화 몇 켤레가 있었는데, 방문객들은 그 장화를 신고 연못 중앙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도 이런 연못이 신기한 듯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자기도 연못 중앙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나를 졸랐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장화를 신고 아이를 업은 후에 연못 중앙으로 향했다. 조심조심 넘어지지 않게 물속을 걸어서 아이를 그 중심에 올려놓고 사진 몇 장을 남겼다. 불행히도 오늘은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사진이 그리 예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풍경은 굉장히 신비스럽고 이국적이었다.


하늘연못을 지나서 건물 1~2층에 위치한 돌박물관으로 내려갔다. 돌박물관은 제주도의 형성 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지구 환경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배움의 장이었다. 지구의 화산활동부터 제주도의 생성과정, 그리고 세계의 암석들은 물론, 우주에서 날아온 우주 암석까지 과학시간에 배운 지구 환경과 암석에 대한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이들 교육장소로 최고였다.

돌박물관 풍경

이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특색 있는 수석들을 비롯하여 희귀한 제주 화산석 다수가 전시되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돌들이었고, 그 형성 과정들이 너무나 신비스러웠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전시된 돌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둘러보고 있었다.


전시관을 나오니 바로 2코스 입구가 이어졌다. 2코스는 제주 돌문화를 초가집 형태의 특벌관에 전시하고 있었고, 야외전시장에는 제주의 선사시대부터 탐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돌을 이용한 문화재들을 전시해 놓았다. 코스는 비자림과 비슷한 산책로처럼 이루어져 있다. 대략 1km의 숲길을 걸으면서 무덤부터 탑까지 돌로 만들어진 여러 역사적 조형물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시선을 끈 것은 제주의 동자석들인데, 이곳을 지날 때는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신화의 숲과 같은 신비한 기운도 느껴졌다. 오후 늦게 이 길을 지난다면 살짝 무서울 수도 있을 듯했다.

2코스 풍경
제주의 동자석

2코스에서 나와서 2~3분 정도 걸으면 제주 전통초가 마을을 재현한 돌한마을이 있었다. 여기도 약 1km 정도 되는 제주의 옛 마을 속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돌한마을을 나오면 오른편으로 아직 공사 중인 설문대할망전시관이 있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이 건물은 영화 마녀 2편에 나온 유명한 축물이었다. 주인공이 특별한 시설에 갇혔다가 탈출한 공간으로, 영화에서는 계단 아래쪽을 CG로 바다로 표현했다. 영화 마녀의 광팬인 내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기에 사진 몇 장을 핸드폰에 남겼다. 이 공간은 2024년 개관 예정으로 제주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미래를 설문대할망 전시관 안에 담을 계획이라고 했다.

공사중인 설문대할망 전시관

조금 더 걸으니 어머니의 방이라는 작은 전시관이 나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잠시 이곳으로 들어갔다. 전시관에는 특이하게 생긴 화산석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 빛을 비추니 그 그림자가 아이를 안은 어머니처럼 보였다. 장인이 만든 예술작품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백장군 군상과 오백장군 갤러리로 향했다. 오백장군 군상은 한라산 영실기암을 대형 돌들로 형상화하여 설치한 석상들이다. 마치 진격의 거인들처럼 우리를 내려보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오백장군 군상 안쪽에는 제주도 기념물인 조록나무뿌리 형상물과 여러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방
오백장군 군상

오백장군 군상을 지나서 우리는 제주 돌문화공원 관람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제주 돌문화공원은 제주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돌문화를 보여주는 생태공원이자, 제주 형성 과정을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기에 기대 이상의 공간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산책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날씨 좋은 날에는 제주도를 느끼며 시간을 보내기에 괜찮은 공원이었다. 제주도의 속살(?)을 보고 싶다면 제주 돌문화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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