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ynn Nov 25. 2022

제주의 밤하늘을 담다

제주 별빛누리공원, 넥슨 컴퓨터박물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주도 푸른 밤'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다. 제주도에 와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제주도 밤하늘의 별들을 아이와 함께 바라보는 싶었다. 그 작은 바람을 이루기 위해 우리 가족은 며칠 전부터 제주 별빛누리공원 방문 계획을 준비했다. 공원에는 천체 관측실이 있어서 달을 포함하여, 화성과 목성, 토성 등 태양계 위성들과 은하 성단 등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경우에는 전체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맑은 날을 정해서 별빛누리공원에 방문해야만 한다. 금주 초에는 구름이 많고 비가 내려서 전체 관측이 어려웠지만, 11월 24일 날씨를 확인해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예보되었다.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우리 가족은 제주 별빛누리공원 방문 날짜를 24일로 결정했다.


역시나 오늘의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제주의 날씨가 변화무상하지만, 아침 하늘을 보니 오늘 저녁에는 충분히 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별을 보기 위해 날이 어두워진 오후 6시 정도에 제주 별빛누리공원에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그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남기에 우리는 먼저 근처의 넥슨 컴퓨터박물관을 들리기로 계획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넥슨 컴퓨터박물관은 '컴퓨터'와 '게임'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박물관이었다. 1층에는 컴퓨터를 주제로 전시관이 있었고, 2층에는 컴퓨터 게임을 체험할 수 있었으며, 3층에는 간단한 코딩을 통해 기기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층 전시실과 체험공간

 먼저 찾은 1층 전시관에는 컴퓨터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CPU와 저장장치, 비디오와 오디오 카드 등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어려운 내용들을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사용했던 플로피 디스크를 비롯하여 대학시절 열심히 활동하던 PC 통신까지 추억 속의 컴퓨터 물품들을 볼 수 있었다.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아내와 아이에게 '라떼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그리 관심은 없는 듯해 보였다. 아이는 디지털 방명록과 넥슨 초기 게임 플레이 등에 흥미를 보이면서 전시관을 즐기고 있었다.

저장장치의 역사와 추억의 플로피 디스크
PC 통신의 역사와 채팅창

2층으로 올라가니 고전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체험형 게임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오락실에서 만났던 갤러그부터 엑스리온, 보글보글, 닌자거북이 등 다양한 게임들을 오랜만에 접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열심히 게임에 집중했다.  오래전 슈팅 게임들이 왜 그리 재미가 있던지. 어린 슈퍼마리오 원조 게임을 신기해하며 열심히 조이스틱을 두드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중학생 단체팀이 들어왔다. 이때부터는 학창시절 오락실 분위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뒤에 서서 게임을 지켜보고, 줄을 기다리며 게임을 하는 모습이 30여 년 전 동네 오락실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40분 정도 게임을 하다 보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2층의 게임 체험장

3층에는 코딩을 통해 작은 로봇을 움직이는 체험 공간이 2~3개 준비되어 있었고, 옛날 키보드나 모니터, 프린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과거 펌프 게임에 대한 TV 뉴스도 반복 재생되었는데, 대학시절의 추억이 살포시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2층보다는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지하에는 넥슨 게임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넥슨 게임 가입자라면 예쁜 엽서 한 장을 상품으로 받을 수 있었다.

3층 코딩 존과 지하 매장

1인당 8천 원이라는 입장료가 조금은 부담되는 넥슨 컴퓨터박물관이었지만, 기업이 운영하는 전시관으로 관리도 잘 되어 있고, 오래된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아이들도 직접 게임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었기에 나름 괜찮은 전시공간처럼 느껴졌다. 컴퓨터박물관을 나오니 약 2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지금 별빛누리공원에 가면 별을 볼 수 없었기에 우리 가족의 애월의 조용한 카페에 들러서 차 한잔을 마시기로 했다. 오랜만에 예쁜 찻집에 들려서 차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제주에서의 작은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애월의 작은 카페


저녁 6시, 고대하고 고대하던 제주 별빛누리공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예쁜 조명으로 꾸며진 계단을 올라서 제주 별빛누리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는 공원의 캐릭터들로 만들어진 포토존이 관람객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1층에는 4D 입체영상관이 있었다. 6시 10분에 영상 관람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상영관으로 달려갔다. 우리 가족 3명을 포함하여 총 5명이 4D 영화를 관람했다. 롤러코스트를 타고 우주여행을 가는 5분짜리 영화였는데, 살짝 멀미가 날 정도로 실감이 났다.

제주별빛누리공원 입구와 4D 입체영상관

영화 관람을 마친 후에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입구는 마치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파란색 통로가 있었다. 그곳을 지나니 우주와 별에 대한 전시실이 있었다. 태양계 행성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별자리에 대한 전시물들이 채워져 있었다. 한쪽 공간에는 우주선과 우주 비행사 체험 존이 있었고, 화성 탐사 가상 체험 기기도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우리는 천체투영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3차원 구명에 사상을 천제를 투영하여 밤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좌석에 누워서 실제 천문대에서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직접 대형 전문대의 망원경을 보는 것처럼 밤하늘을 가득 채운 은하를 비롯하여 수많은 별들을 직접 눈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최고의 풍광이었다.

2층 천체 전시관
천체 투영실과 상영 영상

천체 투영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3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여기에서는 직접 옥상으로 올라가서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있었으며, 잠시 후에는 천체 관측실로 이동하여 실제로 망원경을 통해 별을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약 15명 정도가 6시 55분 관측 체험에 참여했다. 7-8개의 망원경으로 토성과 목성을 비롯하여 성단을 고정시켜서 망원경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토성을 보았는데, 토성의 고리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내와 아이도 신기한 듯이 망원경 속의 토성을 지켜봤다. 또 다른 망원경에는 목성과 함께 그 위성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목성에 맞춰진 천체 관측실 망원경

우리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나 책자에서 보았던 이미지보다는 크지 않았지만, 새끼손가락의 손톱 크기한 토성과 목성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태어나서 직접 2개의 행성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고의 경험이었다.

목성, 토성뿐만 아니라, 몇 개의 성단과 항성들도 망원경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별 관람을 마치고 제주 별빛누리공원을 나섰다. 그리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후 10시 한국의 월드컵 경기 관람을 위해 집으로 향했다.   

이전 23화 제주의 기원 '돌'을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