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ynn Dec 01. 2022

제주도 첫눈, 그리고 안녕

11월 제주 한 달 살이의 마무리

11월의 마지막 날, 제주도에 한파가 불어왔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낮 기온이 25도가 넘었지만, 11월 30일 오늘은 영상 5도에 불과했다. 이틀 만에 20도가 내려간 것이었다. 태풍이 다가온 듯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잔잔했던 바다도 잔뜩 성난 얼굴로 거친 파도를 몰아치고 있었다. 영하로 내려간 한라산에는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도 들렸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로 인해 오늘은 특별한 일정 없이 숙소에서 오전을 보냈다. 오후에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제주도 바 풍즐기기 위해  북촌리에서 성산포까지 제주 동북쪽 해안도로를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했다. 성산포의  맛집에 들려서 갈치회와 고등어회로 늦은 점심도 즐겼다. 아이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갈치회를 먹었는데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점심을 먹은 후에 우리 가족은 제읍 민속마을을 지나서 2022년 겨울을 알리는 제주도의 첫눈을 보기 위해서 한라산 중턱 성산악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려서 오후 5시 30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라산 성판악의 기온은 영하 2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첫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바닥에는 이미 내린 눈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서 가을 풍경을 느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첫눈과 함께 제주 겨울 맞이하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꽤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첫눈이 아쉬워 다음날 1100 고지에 다시 올라서 겨울 풍경 사진기에 담았다)

한라산 성판악에 내린 첫눈 (11.30)
어리목에 내린 눈 (12.1)
1100고지의 눈 (12.1)

오늘은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생활한 지 1달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 특별했던 제주 살이 생활을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 너무나 즐거웠고, 소중했던 1 달간의 우리 가족 제주 생활. 1달 동안 제주살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가족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도 만들었다. 7살 아이와 함께 온 힘을 다해 올랐던 한라산 백록담과 윗세오름에서 먹었던 컵라면, 사려니 숲에서 보았던 제주의 단풍, 제주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4개의 올레길 걷기, 그리고 마라도와 가파도, 우도 등 제주도 색다른 섬 등 제주의 아름다움을 가족이 함께 했다. 탐라의 신화와 함께 삼별초의 항쟁, 4.3 사건 등 제주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레고 캠퍼스와 미로 찾기, 바다 낚시와 투명 카약, 말타기와 레일바이크 등의 다양한 체험도 제주도에서 즐겼다.

제주 살이를 했던 북촌리
산책을 즐겼던 서우봉에서  바리본 함덕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고 소중했으며 아름다웠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을 같이하면서 아이의 최고의 친구이자 편안한 아빠가 되었고, 아내와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한 예쁜 추억들을 만들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이 돈돈해지는 인생 최고의 시간이 2022년 11월이었다.

아쉽지만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제주 살이는 막을 내린다. 12월의 시작  이틀 정도는 한 달을 지냈던 북촌리와 동북리, 함덕과 김녕을 한 바퀴 다시 돌아본 후에, 짐 정리를 시작하고 이번 특별한 제주도 여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제 제주에서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끝을 맺는다. 이제 제주도와는 안녕!


하지만 여기서 우리 가족의 여행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다. 음 주부터 장소를 옮겨서 좌충우돌 또 다른 여행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기대해주십시오. 뉴질랜드 이야기를.



이전 29화 가을의 끝에서 비자림을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