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레노치 초원에서의 특별한 동물 체험
글렌노치 동물 체험 농장
며칠 전부터 아이가 말했다
"아빠, 나 양들 만나보고 싶어요"
뉴질랜드 초원을 지나면서 수많은 양 떼들을 보기만 했지, 실제로 만져보고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퀸스타운 인근에 뉴질랜드의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을 찾았다. 동물 농장은 퀸스타운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글레노치(Glenorchy)라는 작은 마을 근처에 있었다.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따라서 서쪽으로,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차를 타고 달렸다. 가는 길은 북한강가의 경춘국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왼편에는 거대한 호수가 함께하고 양쪽으로 웅장한 산들이 거대한 협곡을 감싸 안고 있었다.
그렇게 글래노치까지는 차를 타고 약 40분 정도가 걸렸다. 글래노치는 와카티푸 호수와 다트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곳으로, 퀸스타운에서 서쪽으로 가는 도로의 마지막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약 5분을 더 북쪽으로 올라가니 오늘의 목적지인 글레노치 동물 체험 농장(Glenorchy Animal Experience) 안내판에 눈앞에 나타났다. 글레노치 동물 농장은 오전 10시부터 16시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입장료는 어른은 25불, 어린이는 15불이었다. 우리는 사전에 예약을 해서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12시 30분 정도에 도착했지만, 이미 10여 명의 정도의 방문객들이 농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입장 확인을 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먹이를 줄 때는 손을 펴서 하나씩 주고, 양과 말, 알파카나 라마에게는 먹이를 줄 수 있지만, 소나 돼지, 칠면조나 닭에게는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원에서는 절대로 뛰지 말고 먹이는 가방에 넣어두고 조심씩 주라는 것이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동물 먹이를 받은 후에 체험장으로 들어갔다.
농장에는 뉴질랜드의 다양한 동물들이 가득했다.
말이나 당나귀, 큰 염소와 사슴 등 사람들에게 뿔이나 발 등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동물들은 울타리가 있어서 그 앞에서 먹이를 줄 수 있었고, 양들을 비롯하여 알파카와 라마 등은 초원에 들어가서 바로 옆에서 먹이 체험이 가능했다. 여기는 동그란 알약 같은 사료가 농축된 먹이를 주었다. 그 양도 약봉지 두 개 정도가 되어서 먹이를 주는데만 30~40분 정도가 걸릴 정도로 상당히 많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대관령의 양 떼 목장에 가끔 들렸지만, 그때는 목초를 먹이로 줘서 몇 초면 금방 사라졌는데, 뉴질랜드는 역시 차원이 달랐다.
직접 손바닥에 먹이를 몰려주고 말이나 양의 혀가 내 손에 닿는 느낌이 새로웠다. 동물들의 침이 손에 묻는 느낌은 사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모두가 온순한 동물들이었기에 먹이 주기가 어렵지 않았다.
울타리 몇 개를 지나서 넓은 초원으로 들어갔다. 양들의 천국이었다. 방목장에서 양들 가까이 갔다. 방목을 해서 그런지 냄새도 거의 없었고 초원 위의 배설물들도 대부분 말라 있어서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양들 근처로 가니 양들이 한 두 마리씩 다가왔다. 먹이를 주면 저 멀리서 서너 마리씩 다시 몰려오기도 했다. 먹이가 떨어지면 다시 초원의 풀을 뜯었다. 아이는 처음 보는 그런 광경이 신기한 듯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양 떼들 근처에서 머리도 쓰다듬고 등의 털도 만져보았다.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사육하는 양들과 다르게 양털에서 냄새도 없었고 부드러움도 달렸다. 양 떼들을 지나서 라마와 알파카 근처로 갔다. 잠시 가방에서 먹이를 꺼내서 주니 여러 마리의 라마와 알파카가 다가왔다. 실제로 라마와 알파카를 옆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양처럼 온순하게 우리 곁에 와서 초원에서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퉁이의 칠면조 우리로 갔다. 칠면조와 공작새, 그리고 닭들이 함께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고 있었다. 같이 있지만 생활공간이 넓어서인지 스트레스가 없어 보였다. 서로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여기가 동물들의 천국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라마
아기양1시간 정도 먹이 주기 체험을 마치고 다시 목장의 실내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12월에 태어난 아기 사슴 한 마리가 있었다. 어미를 찾고 울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어미는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농장주가 근처로 오니, 자신의 어미를 찾은 듯 다시 조용히 잠을 청했다. 태어난 지 1~2주 된 동물을 만나니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보통 2시가 되면 양털 깎기 체험도 진행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기다렸으나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인지 오늘은 그냥 영상만 상영하고 실제로 양털 깎기 체험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깎은 양털을 전시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졌다.
우리는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글렌노치 동물 농장(Glenorchy Animal Experience)을 떠나서 다시 퀸스타운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는 베네츠블리프 전망대( bennetts Bluff Viewpoint)에 들려서 서쪽의 와카티푸 호수 풍경을 둘러봤다. 북쪽과 서쪽으로 펼쳐진 만년설 가득한 산맥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나 좋은 그런 풍경이었다.
이곳 풍경을 감상하고 퀸스타운으로 돌아왔다. 퀸스타운에서 호수가를 걸으며 오늘 하루도 마무리했다.
내일은 호숫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근처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