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 퀸스타운 매력에 빠지다
곤돌라, 트래킹, 루지
퀸스타운에 여름이 왔다.
12월 초여름의 퀸스타운 날씨는 우리 9월이나 10월의 날씨와 비슷했다. 기온은 15도에서 22도 정도로 산책하기 좋았고, 산뜻한 바람이 호수와 산에서 불어왔다. 다만 남반구의 햇살은 굉장히 뜨거웠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바로 화상을 입을 정도로 따가웠고, 선크림을 바른다고 해도 얼굴에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며칠 동안 뉴질랜드의 햇살을 무시했다가 우리 가족도 얼굴과 손이 살짝 검붉게 변하고 따갑기까지 했다.
오늘은 퀸스타운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숙소에서 나와서 퀸스타운 도심을 걸었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크기는 우리나라의 작은 읍내 수준이었지만, 뉴질랜드 최고의 액티비티 도시인만큼 유명 상점들과 여행 에이전시를 비롯하여 근사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가득했다. 상점가를 지나서 호수가로 나가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부터 해변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들, 웃통을 벗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 호수의 보트 투어를 하기 위해 선착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등 수많은 이들이 퀸스타운의 초여름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퀸스타운 도심을 한 바퀴 둘러보고 우리는 도시 북쪽에 있는 쇼토버 강(Shotover river)으로 차를 타고 향했다. 이곳에는 강가를 따라서 아주 오래된 옛길이 트래킹 로드로 만들어져 있었고, 거리도 2km 정도로 1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했다. 차를 공터에 세우고 트래킹 로드를 걸었다. 가는 길은 고운 모래로 가득했다. 길은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쇼토버 강의 거센 물결이 보이는 강가로 이어졌다.
그리 유명하지 않는 트래킹 코스라서 지나는 사람들은 대여섯 명이 전부였다. 약 30분 정도 평탄한 길을 따라서 길으니 트래킹의 종점인 터널 워크 전망대(historic tunnel walk lookout)가 나타났다. 경치하나는 최고였다. 햇살이 너무나 뜨거워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차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은 트래킹 로드가 아닌 강가를 따라서 걸었다. 길을 따라서 걷는데,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빨간 제트 보트가 나타났다. 쇼토버 강의 관광 제트보트였다. 좁은 강을 따라서 달리는 보트가 우리 앞을 지나갔고, 우리는 보트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보트를 뒤로 하고 다시 퀸스타운으로 향했다.
터널 워크 전망대(historic tunnel walk lookout)퀸스타운으로 돌아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퀸스타운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라인 곤돌라 탑승장으로 향했다. 오후 일정은 곤돌라를 타고 곤돌라 피크 올라서 정상에서 루지(luge)를 타는 것이었다. 몇 번을 탈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5회 사용권을 구매했다. 곤돌라 왕복에 3인 루지 5회 이용권 가격은 208불(약 17만 원)이었다. 그리고 곤돌라에 올랐다. 깎아지는 절벽을 곤돌라는 빠른 속도로 올랐다. 뒤를 돌아보니 서서히 퀸스타운 시내와 호수, 그리고 거대한 산들의 형상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리고 약 5분 정도를 올라서 정상에 도착했다. 그림 같은 풍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풍경 감상을 마치고 우리는 전망대 위쪽에 있는 루지 타는 곳으로 올랐다. 루지를 처음 타는 사람과 다시 타는 사람 줄로 나뉘었다. 우리는 처음 타보는 쪽으로 줄을 섰고, 간단한 루지 교육을 받고 코스를 달렸다. 퀸스타운 루지에는 2개 코스가 있는데, 초보자(Arrow)용과 상급자(Dart)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이와 함께 타는 사람은 초보자용인 애로우 코스만을 탈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애로우 코스와 다트코스를 번갈아가면서 달렸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지만, 3번째부터는 서너 팀을 추월하면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멀리 호수를 바라보면서 루지 달리는 기분은 정말 끝내줬다.
전망대에서 본 퀸스타운
퀸스타운 루지루지 체험을 마치고 오후 5시쯤에 우리는 다시 곤돌라를 타고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산양과 염소들도 절벽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산 후에 우리는 파타고니아 아이스크림 집으로 향했다. 뉴질랜드에 오면 꼭 한 번 먹어야 하는 아이스크림 체인점이라고 했다. 주먹만 한 아이스크림을 콘이나 컵에 떠서 주는데, 맛도 최고였다. 뉴질랜드에 오면 꼭 한 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퀸스타운 파타고니아오늘 저녁은 아내가 맛있는 카레를 선물해 줬다. 감자와 당근, 양파, 그리고 닭고기까지 들어간 카레! 여기에 김치가 더해지면서 오랜만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퀸스타운에서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