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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티프 호수를 즐기다

퀸스타운 와카티푸 호수

by Wynn

오늘은 퀸스타운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다. 내일 오전에 퀸스타운을 떠나지만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야 하기에 오늘이 실질적인 퀸스타운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은 아무 일정 없이 오롯이 오카티푸 호숫가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와서 호수가로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고 배를 타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 가족도 호숫가에서 앉았다. 저 멀리 여름을 맞이하는 푸른 산과 여름색으로 변해가는 와카티푸 호수를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즐겼다. 간혹 들리는 증기선의 기적 소리와 레저 보트들의 엔진 소리가 있었지만, 호수는 찰랑찰랑 바람이 만드는 작은 파도 소리만 들릴 뿐 너무나 고요했다. 그런 풍경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퀸스타운 와카티푸 호수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물가를 거닐면서 오리 구경에 정신이 없었던 7살 아들이 내게 다가왔다. 호수 왼쪽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 가서 함께 놀자는 것이었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아이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여기서 안된다고 하면 또 얼마나 짜증을 낼지 살짝 두려웠기에 아들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는 호수를 바라보면 탈 수 있는 그네를 비롯하여 난이도 높은 그물 탐험망과 거대한 미끄럼틀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기구들이 가득했다. 조금 위험해 볼 수 있었지만, 초등학생들부터 3~4살 어린아이들까지 신나게 놀이기구들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놀이터 사이에 작은 개울이 있다는 것이었다. 퀸스타운 시내에서 내려오는 개울로, 폭이 3~4미터 되는 맑고 깨끗한 개울이었다.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개울물이었다. 놀이기구를 즐기던 아이는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시작했다.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개울에서 물놀이도 하고, 모래 놀이도 했다. 신기한 듯 현지 아이들과 아들 근처로 와서 같이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1~2시간 정도를 놀이터와 개울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와 아내도 열심히 아이 근처에서 함께 보조를 맞춰주면서 시간을 함께 했다.

퀸스타운 어린이 놀이터
놀이터 중간을 흐르는 맑은 개울

어느덧 오후 2시 30분이 되었다.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하여 우리 가족은 근처의 피시 앤 칩스 푸드마켓으로 갔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피시 앤 칩스를 비롯하여 치킨 너겟, 도넛 등을 주문했다. 10여분 뒤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이를 가지고 다시 호수가로 왔다. 호숫가에 나와 아내,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점심 식사를 즐겼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와카티푸 호수를 바라보면서 먹는 피시 앤 칩스는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냄새를 맡고 오리 몇 마리가 뒤뚱뒤뚱 우리 곁으로 왔다. 하지만 그 녀석들에게 먹이를 줄 수는 없었다. 안된다고 손짓하며 오리를 쫓아버린 후에 우리는 다시 퀸스타운 시내 구경을 다녔다.

피시앤 칩스와 호수가

퀸스타운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다. 여기저기 상점에서 캐럴송이 울려 퍼졌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특별한 상품들도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상가 구경을 하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이번에는 파타고니아 상점 2층으로 올라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창가에 앉아서 호수 풍경을 지그시 감상했다.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숙소로 가는 길에서 잔잔한 음악 소리를 만났다. 호숫가에서 한 젊은 연주자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다. 잠시 음악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가 이어졌고, 사람들의 박수갈채도 이어졌다. 우리는 동전 몇 개를 작은 함에 넣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퀸스타운의 마지막 날 풍경들

퀸스타운 마지막 날 저녁식사. 오늘은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했다. 냉장고에 있는 양파와 마늘 등 모든 음식 재료들을 넣어서 육수를 만든 후에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었다. 몇몇 양념이 부족해서 걱정은 했지만, 맛은 한국에서의 수육 맛 그대로였다. 준비한 와인과 함께 돼지고기 수육으로 퀸스타운의 마지막 저녁을 근사하게 마무리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차를 타고 긴 거리를 움직여야 했기에 오늘은 일찍 잠을 청했다. 퀸스타운의 5박 6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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