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한 아침이었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 때문인지 새벽녘 캠핑카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오전 7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캠핑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7박 8일 동안 함께 해온 캠핑카를 반납하고 퀸스타운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일어나서 토요일부터 지냈던 테아나우 키위 레이크 파크를 한 바퀴 둘러봤다. 호수 곁의 넓은 잔디밭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놀이터, 그리고 깔끔한 식당까지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 아웃을 하면서 오수 처리를 위한 덤 스테이션으로 차를 옮겼다. 캠핑카에 오수를 내보내는 파이프 라인을 연결하고 오수 저장 탱크의 분출 버튼을 누르니 며칠 동안 사용했던 싱크대와 화장실 오수가 외부 탱크로 빠져나갔다. 그냥 깔끔하게 캠핑카의 오물이 외부로 배출된 것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신기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다시 테아나우에서 퀸스타운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넓게 펼쳐진 국립공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주위에는 양과 소떼들이 가득했다. 오늘이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양들 역시 주말에 제대로 먹지 못한 풀을 열심히 뜯고 있었다. 그리고 약 1시간 20여분을 달려서 가스톤(Garston)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테아나우 홀리데이 파크
오수 처리 시설(Dump station)과 테아나우에서 퀸즈타운 가는 길
길가에 허니 마켓 표시가 있어서 차를 세웠는데, 상점뿐만 아니라 길가에 철길과 오래된 기차도 전시되어 있었다. 잠시 들려서 내용을 보니 이곳에 기차가 다녔다는 것이었다. 1878년에 생긴 기찻길로 20km 정도 북쪽에 있는 킹스턴에서 이곳을 거쳐 남쪽의 아톨까지 운행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1996년에 운행이 멈추고 현재는 이곳 구간은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현재는 일부 구간만 관광용으로만 활용되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오래된 기차 구경을 하고 꿀을 파는 가게에 들려서 뉴질랜드 토종 꿀을 구입했다. 다시 차에 올라서 조금 더 달리니 차량 연료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주유할 곳을 찾았다. 다행히 인근 킹스턴에 작은 주유소가 있었다. 킹스턴의 시골 주유소에 들러서 경유를 주유했다. 리터당 2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다. 시골에 있는 주유소였지만, 도시 지역보다도 경유 가격이 저렴해서 놀라웠다. 차량에 주유를 하고 다시 퀸스타운으로 향해 마지막 길을 달렸다.
가스톤의 오래된 기찻길
킹스턴의 주유소
목적지를 약 40km 정도 남기고 캠핑카를 호수 주변의 캠핑장으로 몰았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하여 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에 차를 세우고 라면과 과일로 가벼운 점심 식사를 했다. 이제 캠핑카에서의 식사도 이것이 마지막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최종적으로 차에 있는 짐과 쓰레기를 정리하고 캠핑카의 반납 장소로 향했다. 자동차를 반납할 곳은 퀸스타운 공항의 렌터카 업체. 1주일 동안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자동차와 안녕할 시간이었다. 차량에 대한 전체적인 체크를 하고 마지막으로 키를 담당자에게 건네주고 렌터카 회사를 나왔다. (캠핑카에 대한 장단점과 소외 등은 나중에 다시 글로 남길 계획이다)
캠핑카에서 마지막 점심
다시 퀸스타운 공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지막 우리의 발이 될 렌터카를 빌릴 계획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공항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한 여름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제대로 났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기에 나도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그리고 공항으로 들어가서 버짓 렌터카에 들려서 차량을 빌렸다. 미리 예약을 했지만, 이것저것 확인하고 서명할 것이 많았다.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차량을 받았다. 신형 도요타 라브 4 차량이었다. 주행거리 18,000km로 거의 새 차나 다름이 없었다. 이 자동차를 타고 퀸스타운에서 5일을 보낸 후에 다시 오클랜드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공항에서 라브4 차량을 타고 며칠 전 떠났던 퀸스타운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늘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인 토요일까지 5박 6일 동안 이곳에서 지낼 예정이었다. 시티 근처의 홀리데이 아파트에 짐을 다시 풀었다. 여행 기간이 길기 때문에 짐을 싸고 풀기도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고마웠다. 이번에도 아내가 열심히 짐을 풀고, 정리를 했다. 오늘부터 퀸스타운에서 호수를 바라보면서 그 동안의 캠핑카 여행의 피로를 풀면서 5일 정도를 이곳에서 보낼 예정이다. 이제 뉴질랜드 여행 후반전을 시작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