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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의 추억, 애로우 타운을 걷다

퀸스타운, 애로우타운, 중국인 정착촌

by Wynn

오늘은 퀸스타운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이다.

오랜만에 캠핑카가 아닌 편안한 숙소의 침대에서 잠을 이루니 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피곤함도 덜 했다. 캠핑카보다는 홀리데이 아파트가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5박 6을 묵게 될 홀리데이 아파트는 시티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로 침실과 거실,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3명의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딱 맞은 공간이었다. 홀리데이 아파트의 푹신한 침대에서 우리 가족 모두는 오늘 늦잠을 잤다. 7박 8일 동안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테카포와 와나카, 퀸스타운을 거쳐서 테아나우와 밀포드 사운드, 다시 퀸스타운까지 약 1,100km 정도를 캠핑카로 여행했으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늦은 잠에서 깨어나 브런치로 간단히 밥과 계란, 스팸 구이를 먹었다. 밥돌이인 우리 아들을 위해서 가급적이면 빵 대신 쌀밥으로 한 끼 한 끼를 준비했다. 밥하고 반찬 준비하는 것이 매일매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퀸스타운의 숙소

오늘은 첫 번째 목적지는 퀸스타운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애로우 타운 (Arrow town)이었다. 이 마을은 현재 2000명 정도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아기자기한 숲과 맑은 개울, 그리고 100여 년 전의 금광의 역사를 품고 있는 퀸스타운 인근의 유명한 관광 마을이다. 첫날 우리의 계획은 애로우 타운 나들이를 하고 오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서 며칠간 먹을 음식을 장만해올 예정이었다. 차를 타고 약 20여분을 달리니 작은 호수를 지나서 애로우 타운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애로우 타운 공원과 산책길

애로우 타운은 19세기 금광이 발견되면서 개발된 도시로, 그 당시의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뉴질랜드의 과거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마을이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들이 살았던 정착촌은 많은 이들이 찾는 애로우 타운 최고의 장소였다. 그 앞을 흐르는 작은 강은 사금이 채취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었고, 가을이면 단풍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예쁜 트래킹 길이 있어서 퀸스타운의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12월 20일도 화요일이었지만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우리도 가장 먼저 중국인 정착촌을 찾았다. 19세기 후반부에 뉴질랜드의 이곳을 찾아서 금을 깨기 시작했고, 현지인들이 반기지 않았음에도 수십여 년 동안 이곳에서 정착하면서 자신들만의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고 했다. 채굴할 금이 떨어졌을 때는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을 이어갈 만큼 그들의 생활력은 대단했다. 중국인들의 상점과 집터, 창고 등이 아직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중국인 정착촌

중국인 정착촌에서 내려오니 애로우 타운을 지나는 트래킹 코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을 따라서 퀸스타운 쪽으로 가는 트레일과 반대쪽에 있는 산으로 가는 트래킹들이 있었다. 우리도 잠시 강가를 걸으면서 모래 속의 사금을 찾았다. 역사박물관과 일부 상점에서 사금 채취하는 도구(패닝 접시)를 대여하고 있었고, 일부는 강가에 나와서 사금 채취 체험을 하기도 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가서 사금 체험 장소로 이동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패닝 접시를 확인했지만, 역시나 사금 채취는 결코 쉽지 않았다. 정말 모래알만큼 작은 사금 채취를 위해서 며칠을 고생해야만 가능한 그런 고단한 작업처럼 보였다.

사금을 찾는 체험 모습

공원 산책을 마치고 마을로 올라갔다. 애로우 타운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들, 그리고 기념품 가게들이 길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길 마지막에는 박물관도 있었다. 아내는 길도 예쁘고 상점에도 볼 것들이 많다며 상점 하나하나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이곳의 특산품들과 특색 있는 뉴질랜드 상품들을 가득했다. 박물관에 들려서는 애로우 타운의 역사와 금광 시대의 유물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애로우 타운의 거리

상점들을 둘러보니 살짝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역시 아들이 먼저 밥을 찾았다. 빵과 감자칩이 싫다는 아들을 위해 아시안 음식점을 찾았다. 다행히 근처에 태국 레스토랑이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 20분 전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빵보다는 밥이 정답이었다. 밥을 찾던 아이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태국식 볶음밥이 맛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었다. 역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 몇 주 동안에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그렇게 애로우 타운 나들이를 마치고 우리는 공항 근처에 있는 카운트다운에 들려서 장을 보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오늘도 초록 홍합을 사서 얼큰한 홍합탕을 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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