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코로나 폐쇄 3년 만에 대망의 일상회복이 다가왔는데 갑자기 나타난 것 같다. 토대를 마련하지 않고 로드맵도 세우지 않고 하룻밤에 정책이 바뀌는 것은 경솔해 보인다.
오미크론이라는 전염성이 강하지만 치명성이 낮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과학이 바뀌었을 때 세계가 과학적 변화에 대응해 변했지만, 홍콩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오미크론이 여전히 지배적인 변이이다. 과학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은 일상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2021년 말, 홍콩 정부는 "동태 청령(動態淸零)"이라고 불리는 중국 봉쇄 방역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장관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언론이 이런 신어 같은 용어를 간단하게 “제로 코로나”로 번역했다.
홍콩사람들이 외부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봤을 때 홍콩 체제는 국경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 무시했다. 중국 본토와의 통행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의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국와의 통행이 다소 무리가 있고 기업 유출의 악몽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방역 당국은 국경 통제를 '0+3'으로 완화했지만 '0+0' 발표에 이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본토의 감정을 신경 써야 한다"라고 한 친중 유력자가 설명했다.
물론 일상회복에 대한 모든 반대가 그렇게 정치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 전문가가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공부 황천, 共赴黃泉)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한 냉엄한 발언은 통제되지 않은 감염으로 인한 노인 사망 급증의 우려가 있다는 공중보건 관점에서 분명히 나온 것이다.
이제 그 전문가는 보건부 장관이 되었지만, 홍콩은 "위드 코로나"의 길을 걷고 있다. 아마도 몇 가지 사실이 바뀌었을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실제로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제한 해제를 발표하기 불과 4일 전에 그 장관은 노인과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로 백신 패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탄절 주말이 지나서 백신 패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홍콩이 역사상 가장 엄격한 봉쇄에 들어간 지난 2월 말에 약 2만 명 신규 확진자와 80명 사망자가 있다. 제한 해제 당일에 신규 확진자는 2만 865명, 사망자는 59명이다. 그 숫자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높은 감염률과 사망자 수가 그때는 방역 당국을 걱정시켰지만, 지금은 더 이상 걱정시키지 않는다.
중국이 다시 문을 연다. 중국과의 무제한 통행을 환영하는 대신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입국 시 PCR 검사로 중국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에서의 코로나 확산이 통제 불능 상태인 것 같아서 과학자들은 가능한 돌연변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반드시 있다는 주장이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 정확한 데이터나 신뢰할 수 있는 보고가 없으니까 불확실한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경계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시민들의 건강에 극도로 신경을 써왔던 홍콩 정부는 손을 떼기로 했다. 중국 와의 통행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과학으로 본다면 홍콩 방역 정책의 논리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로 본다면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다. 중국과의 통행을 우선시하는 것부터 본토의 감정을 신경 써야 하는 것까지 홍콩의 공중보건 정책은 항상 중국에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84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 동맹을 맺는 줄거리처럼 갑자기 적으로 여겨졌던 코로나를 '신종 감기'로 간주하고 있다. 하룻밤에 국영 언론은 코로나에 대한 공포 기사를 싣는 것에서 집단 감염 소식을 축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충성스러운 부하가 자기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저 당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굴욕적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국가 안보와 중국의 "전반적 통치권"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홍콩은 단지 하찮은 국제금융센터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니까 홍콩 정부는 홍콩의 좋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코로나의 좋은 이야기도 들려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