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엄마를 떠났나. 12
새아빠와 엄마가 여느 때처럼 부부싸움을 시작했다. 늘
있던 일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긴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싸움의 강도가 높아진다 싶어질 때 엄마가 돌발적
인 행동을 벌였다. 흥분해서 '죽어버릴 거야'하고 괴성
을 지르더니 거실 창가로 뛰어들었다고. 그 광경을 보던
새아빠가 같이 뛰어들어 뒹굴었다.
창가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화분들이 있었는데 그곳
으로 달려든 엄마와 새아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쓰러지고 깨져서 난장판이 되었다.
거실은 온통 화분에서 쏟아져 나온 흙과 식물들로 엉망
진창이 되었고 울부짖으며 소리 지르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모습에 분노한 새아빠....
여동생은 그만하시라고 소리치다가 경찰을 부르겠다며 두 분을 제지했다. 그리고 결국 '계속 이러실 거면 이혼하시는 게 낫겠다' 고 내뱉듯 말했다.
여동생의 '이혼하시는 게 낫겠다'는 그 한마디가 엄마
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엄마는 화나 있던 여동생에게
'자식이 감히 부모에게 이혼하라는 말을 꺼냈다'며
오히려 더 역정을 냈다.
재혼해서 지금까지 엄마는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뛰쳐나가고 싶어도 너희 때문에 참고 살았어. 오로지 재
혼 가정 잘 일구어 너희를 잘 키워내겠다는 의지로 참고
살았다. (중략)네 아빠가 성질이 무뚝뚝하고 다혈질이 라 그렇지 착한 분이다. 하루 종일 소처럼 일해서 일곱 식구 건사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너희들이 알기나 하겠니...... (중략)
미친년 널뛰듯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여태껏 뼈 빠지게
키웠더니 부모를 원망해? 이 괘씸하고 불효 막심한 것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