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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Jul 30. 2021

내 생각에는 J가 범인인거 같아.

범인은 누구일까?04

 

 H와 며칠간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좋은 동기 을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H의 실망스러운 태도 에 전처럼 과도한 분노는 하지 않았다. H말고 마음 맞는 친

구들이 있었기에 위로가 되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거였나. 가치관이 다른 친구를 만난다  안타까웠지만 H가 의심을 해도 난 당당했다.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하필 나와 J가 갔던 날 H의 비싼 반 가 없어졌으니. 용의자가 H의 외할머니와 엄마, H의 남자

친구로 모두 6명이었지만 H네 가족나와 J 둘중에 하나를

반지 도둑으로 의심했다 것은 기분 나쁜 사실이었다.

 억울한 오해를 받는게 화가 났지만 무고함을 입증 할 방법이

없으니 가만히 있는게 최선이었다.




 며칠쯤 지나 H의 집으로 찾아갔다. H에게 '반지는 찾았어?'

하고 물으니 '찾기는 뭘 찾아. 흔적도 없고만' 하며 퉁명스러

운 말투로 대답하던 H의 표정은 밝지 않았었다. 평소와 다르

게 내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당당하지도 않던 그녀 모습이

냉랭하고 낯설었다.

 어쨌거나 나는 손가락을 벽돌로 내리친다고 해도 모르는 일

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반지인지 알기라도 했다면 같이

열과 성을 다해 찾아 주었을 텐데....


 나는 H의 태도에 빈정이 상했고 기분이 묘하게 안좋아서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H에게서

전화가 왔다. 별로 반갑지 않았지만 티를 안내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H의 용건은 반지였다.


 " 있잖아.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J가 범인인거 같아. 그...

J가 돈이 궁하기도 했고, 집안 사정이 안좋은가보던데. 우리 셋이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그날도 J가 내 반지 예쁘다고 계속 칭찬했었거든. "

 " 그건 네 생각인거지, J가 훔쳐갔다는 증거도 없잖아. 가난 다고 물건을 훔치나.... 좀 그렇다. "




 나는 H의 생각과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고 대화를 하다보니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비싸 고 귀하다는 반지를 제대로 간수못한 H의 잘못도 있지 은 가? 그래놓고 증거도 없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절친한 친구 둘을 의심하다니. 나한테 J가 범인같다고 넌즈 시 말하는 저의도 의심스럽고 불쾌했다. 내 의중을 알기 위해 떠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도둑은 앞에서 잡는 거지, 뒤에서 잡는거 아니라셨어. 이러지 말고 그냥 경찰 부르자. H야, 우리끼리 의심하고 추측하는 것 보다 나는 경찰을 부르 는게 맞다고 생각해. "

 " 무슨 이런 일로 경찰을 불러, 친구끼리. 됐어. "

 " 돼긴 뭐가 돼?차라리 경찰을 부르면 누가 반지를 가져갔는

지 확실히 밝혀질텐데! "

 

 무고한 친구를 상대로 억측하고 의심하는건 괜찮고 경찰을

부르는건 안된다?무슨 기준으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내게

전화해서 다른 친구가 범인같다는 말을 흘리는건지.

 얘가 나를 우습게 아는건가. 부유하게 자라왔으면 없이 살던

친구들 의심하고 억울한 감정 느끼게 해도 된다는 거야 뭐야.

 H가 미웠고 전에 알던 친구가 아닌 것처럼 어색했다.

 역시 사람이란 오래 겪어도 다 알 수 없는 본질을 감추고 있

는 복잡한 존재였다.


 그러다가 몇번의 다른 말들이 오갔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부풀어버린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 네가 본것도 없이 의심하는잘하는 짓이니?솔직히 네가

반지 어디다 팔아먹고 쇼하는 건지 알게 뭐야! "

 " 아, 이제보니 네가 반지 도둑이었구나~~~ 그거나 먹고 떨어져라! "

 " 허. 웃기지마. 이 ××야! 내가 도둑이 아니라는건 하늘이 고  땅이 알아. 너 인생 그따위로 살지마라!! "


 나는 그동안 참았던 실망과 분노를 한데 실어 H에게 욕을

날려주었고 시원했지만 분했다. 감히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날 도둑으로 의심하고 그따위 말을 내뱉어?어디 네가 앞으로 얼마나 잘사는지 두고 보자.

 분한 마음에 속으로 온갖 악담을 퍼부었지만 사실 안보면

끊어지는게 사람 인연이었다. 상관없는 남처럼 되는거다.




 그렇게 우리의 얄팍했던 우정은 금반지 하나로 깨져버렸다.

몇천만원도 아닌, 고작 몇백만원도 안되는 가치보다 못한

우정이었다니. 허무했고 씁쓸했다.

 영화나 드라마보면 나오는 깊고 진한 우정은 없는건가.

내가 H에게 그만큼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던 걸까...


 마음 아프지만 인정해야했다.

 나와 H의 몇년을 쌓아올린 우정은 금반지 하나에 와장창

깨어져버릴 만큼 가벼운 것이었다는 걸.




 그 후로 몇년의 겨울이 지났는지 모른다. 나와 H와 J가 함께

했던 그 겨울이 되면 문득 반지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그 반지는 도대체 어디로 없어진걸까?나는 H의 반지를 누

군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 H의 방바닥 아래 구석 어딘가로 굴

러 들어갔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누가 H의 반지를 의도적으로 훔쳐간 거라면 6명중에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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