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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Aug 04. 2022

왜, 당신에게 물든 마음은 세탁해서 널어놓지 않는가?

새물내


유년 시절 마루에 누워 바라보던 풍경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마당 한가운데

 장대로 받쳐둔 빨랫줄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옷들이 널려 있고
  색색의 빨래집게들이 빨래를 잡고 있었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윙윙 날아다니고
 유난스레 파란 구름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올려다보곤 했던 내가 있다


 다음에 사랑하는 이의 빨래를
 하얗게 빨아 널면
 얼마나 좋을까
 다 마른빨래에서는
 새물내가 날 것이다


 어느 해 물가에서 정성스레 빨아 널었던
 당신의 푸른 남방
 바람에 나부끼던 옷자락에 내 마음도
 흔들렸던 여름날의 풍경

 

초추의 양광 속에 당신 생각 잠시


 내 그리움의 원천

 내 마음의 빗장을 닫게 한 당신

 부디 잘 지내시길!

 곡진한 마음 모아 빌어본다


왜,

당신에게 물든 마음은 세탁해서 널어놓지 않는가?


<<2002년에 개인 소장용 책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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