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생리 날을 어떻게들 보내는지 모르겠다. 나는 대개 누워서 지낸다. 이번 해에는 주말을 끼고 생리를 해서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에 아무 데도 못 나가고 침대 신세를 진다. 이게 그나마 다행인 이유는 주중에 생리를 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니 쉬어도 마음이 편치가 않기 때문이다.
죽기 싫지만, 영영 살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식의 병치레를 해야 한다면 영생불사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다. 생리하는 며칠만 아프면 그나마 다행인데 징조는 너무 일찍 찾아온다.
일단 2주 전, 첫 징조는 식욕을 통해 찾아온다. 야식을 시켜 별나게 와구와구 먹는 시기가 있는데 남편이 '생리할 때 됐나?'라고 물어서 가슴을 쿡쿡 눌러보면 역시나 아프다. 가슴도 커진다. 평소에는 편안한 브라가 가슴을 조여 소화를 못 시키니 꺼꺽 헛트림을 한다. 요즘은 새로운 형태의 유방 통증이 추가되어 슬며시 걱정이 된다. 그나저나 한 달이면 두 주는 이놈의 식욕을 통제할 수가 없으니 다이어트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말이다.
두 번째 전조증상은 우울한 기분으로 찾아온다. 이건 생리 시작하기 약 일주일 전의 증상이다. 말하기도 귀찮고, 사소한 일에 신경이 곤두선다. 호르몬의 농간이라는 자각이 들어 일부러 웃는 낯을 해 보지만 말에 날이 서는 것을 감추기가 힘들다. 귀가하면서 생각한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다. 호르몬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생리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 몸살 기운이 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추위를 느끼는 그런 이상한 상황에 빠진다. 이 패턴을 몰랐던 시기에는 감기이구나 싶어서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타이레놀 하나 삼키면 괜찮아진다는 걸 알게 되어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틀 여가 지나면 여지없이 생리가 시작된다. 진짜 고통은 이때부터다. 어떤 사람들은 허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의 뼈가 아프다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 아랫배가 요동치듯 아프다. 설사 하기 직전 배 아픈 느낌의 약 세배 강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설사병은 설사를 하면 해결되는데 이 아픔은 어떤 것으로도 가시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수년간 여러 종류의 진통제를 복용해 봤다. 대부분은 전혀 효과가 없고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이 이부프로펜 계열의 애드빌. 베트남에서는 gofen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이것도 생리 첫날과 이튿날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끼니때마다 먹어야 아픔을 면할 수가 있다. 그도 듣지 않으면 아랫배에 찜질팩을 올려놓고 하루 종일 눕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남편은 내 유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약도 떨어지지 않게 사다 두고, 찜질팩도 데워주기도 하는 정성을 보인다. 한 번은 미심쩍다는 듯 '심리적인 게 아닐까? 매달 이렇게까지 아픈 게 말이 돼?'라고 해서 사달이 났다. '너도 한 번 해 봐(이 XX야). 그렇담 너는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했을 텐데(XXX).' 이런 류의 얘기를 욕을 섞어서 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니 몰라서 그랬을 텐데(어찌 알 수가 있겠나. 오 형제의 막내다.) 내가 너무 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내가 폐경을 기다리노라 얘기하면 뭐 그렇게 까지 극단적인 가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안다.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도 만만치 않다는 걸 우리 엄마를 보고 알았다. 하지만. 폐경기 우울증과 신체적 변화로 죽네 사네 하는 순간들이 올 지언정, 지금의 나는 이 놈의 생리 안 할 수만 있으면 안 하고 싶다.
생리라는 것이 사실 상당히 개인적인 신체 현상이긴 하지만,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여성이 일생 동안 40년 이상을 매달 이런 증상을 겪는다고 하면 그렇게까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피 묻은 생리대를 일부러 보란 듯이 내밀 것 까지야 없겠다(미관상 안 좋다). 다만 '생리 중이어서 몸이 안 좋아'를 남이 들을까 봐 귓속말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적어 보았다.
오늘은 생리통으로 드러누운 날이다. gofen을 두 알 째 집어 먹고 하루 종일 누워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프다고 핑계 말고 한 편이라도 올리자 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나누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