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수영

호치민 물개

by 까망나비

서울에서는 Runner였다. 송파구, 석촌 호수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어서 아침에 틈만 나면 호숫가를 달렸다. 한 때 내 영혼을 지배한 하루키님의 달리기 인생에 영향 받은 바 있다는 걸 인정해야 겠다. 석촌 호수 둘레는 2.4 km. 보통 두 바퀴나 세 바퀴 정도를 달렸다. 어지간한 곳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긴 러닝 트랙은 찾기가 어렵다. 서울을 떠나와서 호찌민에 살고 있지만 혹시나 서울로 돌아가게 된다면 여전히 석촌 호수 근처에서 살고 싶다(집값은 후덜덜). 걷고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지척에 있다는 건 일상의 특혜이다.


호치민에서는 Swimmer로 살고 있다. 4년 전 처음 이 곳에 당도했을 때는 러너의 스피릿을 유지하기 위해 달릴 곳을 찾아 다녔다. 낭패다. 호치민 시는 보행자의 도시가 아니다. 인도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더라도 대부분 노점상과 오토바이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도 아니면 산 쥐나 죽은 쥐가 있다(윽!). 반면 장점은 호찌민 시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야외 수영장이 설치 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랫적에 배웠던 수영의 기초를 다시 익혀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초반 몇 달은 수영장 물로 배를 채웠다. 다행히 지금은 물을 먹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난관이 있었다.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베트남은 쇼핑의 천국은 아니다. 특히 나에게는 더 그러한데, 내 몸의 사이즈가 평생이 Large였던 탓이다. 여성복 기준으로 하면 날씬할 때 66, 안날씬 할 때 77 사이즈이다. 내 몸에 맞는 사이즈의 수영복을 호찌민 시에서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처음에는 몰랐다. M사이즈가 가장 큰 거라길래 사 입었다가 낭패를 보았다. 입다가 북~ 찍어지는 소리 들은 적도 있고, 기어이 입었을 때는 남들 눈에는 민망한 듯 했다. 이들이 L사이즈를 팔지 않는 것은 워낙 베트남 사람들의 체구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저 작은 몸집 안에 수 많은 내장기관이 어떻게 다 들어 앉은 것일까 궁금할 정도로 작고 마른 사람들도 많다. 그러하니 대짜 사이즈 여성의 쇼핑은 항상 난항을 겪는다. 그래서 요새는 한국이든 어디든 해외 나가기만 하면 L 사이즈 수영복을 사온다.


달리기를 할 때 귀찮았던 것 중 하나는, 길 전체를 막고 죽 가로로 서서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였다. 촘촘하게 서 있어서 빠져 나갈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 본인들이 진로를 막고 있다는 걸 의식을 못하는 것일 테지 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그 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은근히 부글거리곤 했었다.


수영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눈쌀 찌푸리게 되는 케이스. 긴 머리채를 풀어 헤친 채로 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수영을 하지 않고 사진만 찍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은 머리는 담그지 않은 채로 비키니를 입고 각종 포즈를 취한다. 별 문제 없다. 문제는 그 상태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다. 긴 머리채를 물속에 넣다 뺐다 하는데 꼭 물에서 나올 때는 TV광고 같은 포즈를 취해 준다. 그럼 묻고 싶다. ' 매일 아침 와서 수영장 청소 할거야?'. 실제로 물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속으로 냅다 욕이나 해 주고 말 뿐이다. 뿌린 머리카락을 거두어 갈 생각이 아니라면 수영모를 써라, 라고 경고판을 붙였으면 싶다.


요새 '나 혼자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다. 30분 논스탑 수영과 5km걷기(트레드밀)를 번갈아 매일 하는 챌린지이다. 운동량이 대단한 건 아니다. 포인트는 매일 한다는 데 있다. 물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실제로 매일 하긴 어렵다. 생리통이나 몸살로 아픈 날은 어쩔 수 없이 쉰다. 어떻든 어제로 56일을 찍었다. 이제 반을 넘어선 셈인데 100일을 채운다고 해서 별 다른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다이어트가 목적인가? 그렇게 보기는 어려운게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다 공감할 테지만 수영을 하면 머슴밥을 먹게 된다. 수영은 살 빼는 운동은 아니라는게 내 경험상의 결론이다. 그냥 말 그 대로 나 혼자 재미 있으라고 하는 챌린지이다. 재미 있다. 재미 있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