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매일(?) 운동하고 얻은 것

by 까망나비

지난 3월 27일, 같은 동에 사는 한 브라질 남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호찌민시는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에 봉쇄령을 내리는 것으로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날 저녁 남편이 배달 음식을 받으러 로비에 내려갔다가 헐레벌떡 돌아와 외쳤다.

"우리 동 봉쇄한대!"


인근 아파트들도 확진자로 인해 봉쇄됐다는 소식을 간간히 들었던 터라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주로 외국인들이 사는 아파트가 줄줄이 봉쇄 중이었다. 일단 아파트 로비 바깥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경비들이 출입을 막는다. 미처 퇴근 못한 사람은 밖에서 두 주를 지내야 하고, 잠시 놀러 왔던 사람은 그 집에서 두 주를 신세 져야 한다. 다음 날 아침 1층 로비에 내려갔다가 출근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는 한 중년의 일본 남자와 그를 저지하는 경비 사이의 말다툼을 목격했다.


나와 남편은 14일 동안의 격리를 재빨리 받아들이고 냉장고 상태와 생필품목을 확인했다. 이 곳도 배달 서비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의 최첨단 배달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필요한 품목을 적어 장 좀 봐달라고 친한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 다음 날 저녁 한국 교민 커뮤니티로부터 물과 먹을거리도 전달받았다. 굶어 죽을 일은 없지만 걱정거리가 생겼다.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사는 곳은 35층 건물이니 계단을 오르면 어떨까 싶었다. 첫날 두 차례를 오르락내리락해보니 신박하게 힘이 들었다. 35층을 올라가기 위해 중간에 몇 번을 쉬어야 했는지 모른다(무릎이 나간다니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땀도 옷이 흠뻑 젖게 흘렀다. 계단 오르기가 끝나면 누워서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야 했다. 집안에만 있으니 할 일도 없는지라 계단 오르기를 매일 했다. 그게 매일 운동하기의 시작이 되었다. 격리가 끝난 후에는 매일 나가 걸었다. 언제까지 매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100일이 되는 날까지 세어보기로 했다.



그동안에도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정도로 꾸준히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매일 운동하기를 시작해보니 확실히 주 3회와는 체감이 달랐다. 꼼짝없이 매일이라니 이런저런 핑계가 사라졌다. 컨디션이 어떻든 일단 옷을 갈아입고 짐으로 향한다. 목표는 매일 300kcal 를 태우는 것이었다. 걷기와 달릭기와 수영을 매일 번갈아가며 했다. 300kcal를 태우려면 40-60여분이 소요되었다. 생리통으로 몸져누운 날이나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을 때에는 어쩔 수없이 쉬기도 했다. 그렇게 3월 27일에 시작했던 100일의 챌린지가 8월 31일에 끝이 났다. 100일 매일 운동하기를 했는데 157일이 걸린 셈이다. 체감으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말이 그렇다는 거다) 매일 한 것 같은데 따지고 보니 일주일에 5 일 밖에 하지 않은 셈이 됐다.


그나저나 그렇게 매일(체감으로) 운동을 했으니 뭔가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체력이 믿을 수 없을만치 개선되었거나 체중이 쑤욱 내려갔거나. 157일 동안 병치레는 없었으니 건강은 유지됐다고 해야 할까 보다. 그런데 몸무게는 2킬로가 늘었다. 딱히 살을 빼자고 시작한 일은 아닌 데다가 철든 이후로 여태껏 두꺼운 몸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로 살고 있다. 그렇대도 100일 운동을 하며 2킬로를 찌운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느낌을 준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나는 숨이 턱에 차게 운동을 하고 숨이 턱에 차게 먹는다. 지인은 77사이즈 옷을 입는 나를 보고, 먹는 것에 비하면 안 찐다고 하더라. 워낙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는 데다 허기를 참는 법을 배우 지를 못했다. 운동 후 허기 진 상태로 앉은 식탁 앞에서 가장 흥분한다. 특히 수영을 한 날에는 하루에 12,000 kcal을 먹는다는 마이클 펠프스처럼 먹는다. 수영황제인 그는 8km 수영을 한다지만 나는 800m도 간신히 하면서 말이다. 하루는 손가락으로 꼽아 보니 식사 중간에 먹은 간식들까지 도합 다섯 끼를 먹고 있더라. 그렇다면 새롭게 올라 붙은 몸무게 2kg 은 먹은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봐야 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면서 '왜 모든 게 그렇게 극단적이야? 중간이 없어.'라고 한다. 피식 웃고 말았지만 할 말이 없다. 내가 하는 운동은 많이 먹으려고 하는 운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식사량이 늘면 운동량이 늘고 운동량이 늘면 식사량도 느는 아름다운 정비례 그래프를 그린다.


결국 지난주 목요일 밤새 심각한 위경련을 겪으면서 중간 없는 운동과 식습관이 주는 경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위경련으로 배를 부여잡고 몸부림 치는 사람을 옆에서 본 적은 있지만 내가 그걸 경험하게 되리라고는 예상 못했고 그게 배를 부여잡고 방바닥을 굴러다닐 정도로 아픈거라는 것도 그 날 알게 되었다(누군가 빨래를 쥐어짜듯 내 위를 쥐어짜는 것 같았다). 무식하게 먹은 지난 나날들을 후회했다. 과식이 부른 참사는 일주일 내내 죽을 먹는 결과를 불러왔다. 덕분에 새롭게 붙었던 2kg은 다시 떨어져 나갔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원상 복귀된 것은 아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내장들은 문제없는 것으로 보이나 위는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식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 지랄 같은 위경련은 또 찾아올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 식습관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나에게 남편이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서식과 소식에 대해서 얘기하던 중이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극단적으로 하려고?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무엇보다 아프기 싫다. 적당한 운동과 적절한 식이의 지점을 이번만큼은 찾아내고 말 테다.


그게 내가 100일 운동을 한 후 찾아낸 깨달음이다. 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얻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려가며 뛰다가 심판에게 옐로우 카드를 받은 격이 되었다. 경고를 받았으니 조심해야 한다.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 라는 수준으로 이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수영은 정말이지 하고 싶은 운동인데 허기짐을 이길 수 없으니 아무래도 목록에서 지워야 하나 보다. 수영 후 정신을 놓고 먹는 점심식사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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