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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두건 May 14. 2024

나의 숨, 고양이

살게 해 주어 고마워

 아기고양이를 입양했다.

봄과 가을이 지나면 길고양이들이 번식을 많이 해 유기묘 아기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입양률에 비해 감당할 수 없는 개체 수, 안락사되거나 길에 방사되는 고양이들...


 그런 상황을 지켜보다 결국 아기고양이를 입양했다. 입양 공고가 뜨고도 한참 입양이 안 되던, 그러나 무척 예쁜 아가였다. 흰색 베이스에 까만 망토를 두른 모습 같은 아깽이는 무척 겁이 많았다.


 늘 오른쪽의 수납장 밑에 들어가 있던 나의 아가, 깅깅이는 집에 온 지 2~3일 차가 되자 드디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깽이를 위해 여러 물품을 구비해 놓은 것이 뿌듯한 순간의 연속이다. 집 모양 스크래쳐를 숨숨집으로 쓰며 편해하고, 카사바 모래를 좋아하며 각종 장난감들 무척 관심이 많다. 펫프렌즈는 과거 러시안 블루를 잠깐 키웠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양이의 용품을 사는 데에 유용하게 쓰는 앱이다. 이번엔 '넌 내 한주먹거리' 자동장난감도 앱에 입점되어 보다 편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아직 2개월도 안 된 아기라 장난감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꽤 흥미를 가진다. 처음 구조되었을 때 결막염이 있어서 여전히 안연고를 하루 3번씩 넣어주는데,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 깅깅이를 불러내기 위해 자주 장난감을 사용한다.


 좁디좁은 수납장 밑에서 이제는 서 있을 수도 있는 널찍한 침대 밑으로 은신처를 옮긴 깅깅이. 보송보송한 작은 몸이 보이지 않아 걱정하다가도 야옹~하는 소리에 맘을 놓는다.


 고양이를 오래 키운 지인은 고양이 덕분에 우울증이 나았다고 했다. 작은 생명을 책임지게 되는 일, 나와 함께 사는 생명 덕에 기뻐하고 웃는 일. 깅깅이의 몸은 무척 작아도 내 인생을 온통 바꿔놓을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숨을 쉬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너,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오래오래 함께 건강하게 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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