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파이 Aug 12. 2022

이우학교 선거의 맥락

김서린, 이산하


 ‘이우학교에서의 자치는 꽃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자치가 활성화되어있는 이우학교인 만큼 선거 또한 종류가 다양하고 특별하다. 다른 학교에서는 행사마다 준위를 만들기보다는 학생회가 운영하고 기획한다. 그러다 보니 관심 있는 학생들은 학생회가 아닌 이상 행사 기획을 하기 어렵고, 학생회 또한 행사에 열의가 없는 경우 형식적인 행사가 된다. 또한 공청회를 진행하는 순서는 일반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이우에서의 선거는 발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학생들이 선거를 대하는 태도는 무관심하다. 희망자가 없는 선관위와 후보자, 학생들은 핸드폰만 보며 집중하지 않는 형식적인 공청회, 학년톡에 투표하라고 공지해도 항상 높은 비율로 투표하지 않는 일부의 유권자들. 3년 동안 선관위를 하며 이우고 선거의 문제점을 느껴 이를 해결하고자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 선거의 종류와 그동안 현황들  

가장 처음으로 진행하는 투표는 학년 회장 투표이다. 3월 말 초 후보를 모집하고 3월 말 투표를 진행한다. 추천인을 받아 후보자를 등록할 수 있으며 당원들과 함께 선거를 준비한다. 2인 1팀으로 구성되어 후보자를 등록해야 한다. 학년이 모여 공청회를 진행하고 당선이 되었을 경우 당원들은 포함하지 않고 학년 회장만 당선된다.


 대의원 투표에 경우 학년 회장이 당선된 후 진행이 된다. 시기는 학년 회장이 당선된 후 1주일 내외인 3월 말에서 4월 초 진행한다. 학급 투표로 진행되며 추천인과 당원이 필요하지 않다. 

 축준위원장의 선거는 6월 말에서 7월 초 후보 모집을 한 후 방학 전인 7월 중순에 투표를 진행한다. 추천인을 받아 후보자를 등록할 수 있으며 당원은 포함하지 않고 2학년 3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후보 등록을 받는다. 축준위원장의 경우에도 공청회 진행 후 투표를 진행한다.

 총학생회장은 11월 중순 후보 모집을 한 후 12월 말에 투표를 진행한다. 추천인과 당원을 모집해야 하고 1학년 1명과 2학년 1명이 한 팀이 되어 후보자가 구성된다. 공청회를 진행한 후 전체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당선되었을 경우, 당원을 포함하여 총학생회가 꾸려진다. 



우리 선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요즘 이우학교에서 진행되는 선거 안에서는 가장 큰 2가지의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첫째, 선거의 일정이 항상 촉박하다. 현재 선거를 진행할 때는 짧은 기간 내에 후보 등록, 선거 운동, 공청회, 투표 등 선거의 모든 활동이 진행되어야 했다. 급하게 진행되는 선거 활동으로 후보자와 유권자, 선관위 사이에서는 충분히 제대로 된 소통이 오가지 못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공청회가 끝나고 약 이틀 후에 투표가 진행되므로 후보자들은 짧은 기간 내에 공약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공청회에서 나온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하지 못한 채 투표가 진행된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후보자, 유권자, 선관위 사이에서 충분한 내용 전달이 안 된 채 투표는 인기 투표의 형식처럼 유권자들은 자신이 왜 이 후보를 뽑는지 이유를 모르겠고, 선관위가 투표를 하라고 이야기하니 투표하는 형식으로 점점 진행되고 있다. 둘째, 공청회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청회의 분위기를 살피었을 때, 졸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옆 친구와 떠드는 등 공청회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 본래 이우학교에서 진행되는 공청회는 후보자와 유권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우학교의 공청회는 후보자끼리 서로를 비난하는 자리,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구경하는 자리로 점점 변질되어 갔다.


이 문제는 몇몇 학생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선거를 담당하고 계시는 선생님도 이에 대한 문제를 꽤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선관위를 담당하고 계신 학생 인권 부장 선생님을 맡고 계신 ‘임선영 선생님’을 인터뷰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Q. 학교 초 유권자에게 공청회의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A. 원인과 이유, 해결방안 제시 등 행간의 맥락에 대해 알아보며, 문제 상황을 모든 학생이 같이 느껴보는 것이었습니다.


Q. 항상 촉박하게 선거가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매번 이 촉박함을 느끼는데,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학년회에서 대의원이 뽑히기 전 학년 회장을 뽑는 단계가 하나 더 껴있습니다. 학교 내부 일정 중 4월에 있는 임원 수련회 전 개학 후 5주라는 시간 동안 학년 회장 공청회, 선출, 대의원 선출,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모두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말고사가 있고 학기 말 시간도 짧아 다른 선거의 일정도 모두 촉박해지는 것 같습니다.


Q. 선거와 관련되어서 문제 제기나 개편이 있었던 적이 있나요?

A. 개편에 있어 커다란 방법의 차이는 모르겠고, 선거 세칙과 공청회에 대해서는 더욱 정교하게 변화가 있었습니다. 선거 시기를 개편하였는데, 이에 대해 학생들이 아직 못 느낀 것 같습니다.

Q. 2년 동안 학생회를 담당한 교사로 선거와 관련되어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A.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축제를 괜히 한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에너지를 활용하여 활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모든 활동에 대한 의미가 있는데, 이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기보다는 ‘해내야 하는 활동’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선거에서도 느껴졌고, 어떻게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를 고민했을 때 작년에 저는 좀 스스로가 버거워져 힘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한가? 라는 질문도 버겁고, 현재 조건에서 무엇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서 의미가 중요한 활동들의 맥락을 한 번씩 묻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학생들이 선거에 점점 무관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미 없이 던지는 표, 공청회 딴짓 등)

A. 분명 전에도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비율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험의 양극화(경험이 많을수록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가 커지는데 공청회 자리에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관계성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습니다. 관계와 경험의 단절로 인해 점점 무관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Q. 2022학년도 총학 선거 때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이우학교에서 입시는 뜨거운 감자라고 생각합니다. 설명은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그런 것 말입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만 명확함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말하는 것에 의한 호기심, 자극적 요소,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더욱 지켜본 것 아닐까요? 


선거에 있어 ‘맥락’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후보자와 유권자의 소통 부족으로 맥락이 이해가 안 되어 유권자들은 점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며, 선거  이후 연결된 활동에서도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등의 소비자적 태도를 갖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며, 선거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3가지의 맥락이 담긴 선거(공동체, 후보자, 유권자) 

 우리는 공동체, 후보자, 유권자의 맥락이 담긴 선거를 위해 3가지 선거 방법의 개편을 이번 축준위원장 선거 때 선거관리위원회를 하며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니즈를 들을 수 있는 방법 구상 (공동체의 맥락)  

 우선 학생들이 어떤 학교를 원하는지, 어떤 행사를 원하는지 후보자들은 알기 어렵다. 자신의 주변 친구들의 의견만 파악할 수 있지 많은 학생의 의견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은 학생들이 어떤 니즈를 가졌는지 파악하기 힘들어 공감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 특히 축준위원장에 경우 2학년에서만 후보자가 나오기 때문에 다른 학년의 의견을 알기 어렵다. 또한 단일 후보가 나왔을 때는 의미 없는 찬성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공동체의 맥락을 알기 위한 방법으로 후보자 등록 전 이야기장을 제안하였다. 이번 축준위원장 선거에 경우는 기말고사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여 백지 프로젝트로 대신하였다. 프로젝트는 급실실 앞에서 진행하였으며 약 1주일간 진행하였다. 프로젝트에 나온 의견은 후보자들에게 전달하여 참고하도록 하였다.  



홍보물에 선거 출마 이유를 넣자 (후보자의 맥락)  

 공동체의 맥락을 알았다면 이제는 후보자들의 맥락을 알 차례이다. 왜 투표에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후보자들의 맥락은 그동안은 알기 어려웠다. 공청회에서 질문이 나올 경우에만 알 수 있었다. 후보자들에게 이번 선거가 무슨 의미인지 알면 후보자들을 이해할 수 있고, 공약의 맥락 또한 알 수 있다. 이번 선거가 후보자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출마 이유에 대해서 기획안 앞에 작성해달라고 하였다.   



    유권자 표 맥락을 알기 (유권자의 맥락)  


  마지막으로 투표 방법의 개편으로 유권자의 맥락을 후보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축준위원장 선거를 진행할 때는 찬성과 반대 칸 이외에 이유를 쓰는 칸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자신이 왜 찬성표를 던졌는지, 혹은 반대표를 던졌는지 작성하는 칸이 생겼다. 그 대신 이유는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진행하였다. 기존의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생각을 득표율, 숫자로만 알게 된다. 자신을 뽑았다면 어떤 점이 좋아서 뽑았는지, 안 뽑았다면 어떤 점이 아쉬운지 알지 못한 채 투표가 마무리된다. 투표용지에 이유를 쓰는 칸이 있다면 자신이 공약에서 유권자들이 좋았던 점을 파악할 수 있고, 반대의 표를 받아도 그 표의 맥락을 알 수 있어 보완할 수 있다. 이번 축준위원장 선거에서 첫 번째로 이유 칸이 있는 투표를 진행하였고 그 이유는 학생들 모두에게 공유하였다.


 이번 투표 방법에 대해 3학년 친구에게 인터뷰 한 결과,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반대표의 의견을 중점적으로 축준위 활동에 반영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이유 없이' 투표한 사람들은 조금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이유 없음이라고 적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뭐가 됐든 친구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듣는 시도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이번 축준위원장 후보자에게 이번 투표 방법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학생들이 공약이나 모토, 혹은 우리의 자세 중 어떤 부분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반대표를 던지신 분들은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있어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투표 이유의 추가는 후보자들에게는 보완과 피드백의 기회였고, 유권자들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우리 모두 선거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무를 먼저 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전 04화 이우스럽게? 이우답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