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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6. 2022

이우스럽게? 이우답게!

김가진 / 위아인

이우학교에선 가끔 ‘이우스럽다’라는 표현이 등장하고는 하는데, 당신은 ‘이우스럽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과연 ‘이우스럽다’라는 것이 무엇일까?


‘이우스럽다’는 말은 현재 우리가 재학 중인 이우학교의 ‘이우’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우스럽다’라는 표현은 사용하는 학생들의 정의, 이우에 대한 생각에 따라 의미가 바뀌므로 우리는 아래 인터뷰들을 통하여 객관적인 이우스럽다를 생각해 보고 정의를 내려보려 한다.



첫 번째 인터뷰: 최○○ 학생

특징: 일반 중 졸업, 가족 중 이우고 졸업생이 있음.

Q: 왜 이우학교에 오게 됐나요?

A: 다양한 활동이나 경험을 통해서 진로도 정하고 좋은 친구들도 만나려고 왔어요. 또 공부와 활동의 양립(兩立)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습니다.


Q: 다른 학교하고 이우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뭐든 부탁하면 선생님들이 잘 들어주시고. 확실히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인터뷰: 오O 학생

특징: 대안 초등학교, 이우중 졸업.

Q: 본인이 생각하는 ‘이우스럽다’란 무엇인가요?

A: 약간 그럴 때도 쓰는 거 아닌가요? 약간 뭐 답답하고 그런 면에서도 없지 않아 있잖아요. 그러니까 안 좋은 면으로 사용하는 분들은 개인에게 어렵게 돌아가고, 형식을 따지고, 쉽게 갈 수 있는 것도 절차를 밟는.. 그런 것을 이우스럽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긍정적인 면에서는 이제 또 공감 잘하고, 말 잘하고, 호응 잘해주고, 조금은 착하고 그런 것에서도 조금 쓰이지 않나 싶습니다.


Q: 본인에게 이우고등학교란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학교죠. 우리는 언젠가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사회의 모습을 이우학교에서 모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곳이 아니고 배우는 곳이고. 그런 면에서 저는 이우학교의 것만을 믿고 따르기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Q ; 이우학교는 언제, 그리고 왜 오게 되셨나요?

A ; 이우중은 일단 부모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고요, 결정적으로 오게 된 계기는 제가 초등학교 때도 그렇고 대안학교를 다녔기에 일반 중학교로 가기엔 조금 어정쩡한 상태라 이우중이 좋다고 하길래 왔습니다. 이우고등학교는 이우중을 다니면서 되게 많은 걸 배웠던 것 같은데, 표현의 자유라던가, 사고의 확장 등의 방법을 찾았고 익숙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등 교과 이외의 많은 것을 배우면서 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습니다.


Q ; 다른 학교와 이우학교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제가 다른 학교를 다녀본 적이 초등학교밖에 없었는데.. 제가 초등학교 전학을 갔었을 때, 일반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 보면 이우학교는 확실히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수업에 관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수업의 방향과 철학에 대해 묻고 하는 것이 되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우는 그런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수업을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 정말 학생과 교사가 같이 만들어가는 수업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 그러면 이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이우 정신, 이우인이라는 신조어 또는 ‘이우스럽다’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있는데, 오O 학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우스럽다’란 무엇인가요?

A ; 익숙함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당연한 것들을 질문하고,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을 바꿔나가는 그 두 가지가 가장 이우스러운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 이○○ 선생님

특징: 이우학교 설립자 중 한 분.

Q: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이우학교에 계셨는데요, 이우학교라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원래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교의 기능을 못하고 있었어.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자는 그런 상태였지.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어보자라고 생각을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어. 그런데 학교를 만들기에는 돈이 적잖아. 그래서 전에 있던 사례를 찾았지. 예전에 전라남도 광주라는 곳에 조선대학교라는 곳이 있어. 이 학교는 시민들이 대출을 받아서 돈을 모아서 만든 대학이야. 그것처럼 이우학교도 중. 고등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직원, 시민들이 돈을 얼마씩 내서 한 번 해보자고 하면서 설립자를 모집했어. 이 설립자들이 모일 때 이우학교는 어떤 학교가 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이때 나온 이야기가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사들이 공부하는 교사가 되어서 기존의 입시교육이 아닌 그보다 질이 높은 진로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대안 교육을 하게 된 거지. 이때 모인 설립자들이 이우 교육 공동체를 만들게 된 거고. 그렇게 된 거야.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우스럽다’란 무엇인가요?

A: 그걸 굉장히 자조적(自嘲的)인 표현이거든. 즉, 스스로를 굉장히 비하하는 표현이야. 왜냐하면 이우학교가 가지고 있는 이념. 더불어 사는 삶이니 생태적인 삶이니 하는 것은 학교에서만 잠깐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그걸 강요한다고 되거나 암묵적으로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니지. 더불어 사는 삶도 마찬가지야. 이게 그 항상 문제가 되는 건 뭐냐? 개인이 똑바로 서지 않았는데 “더불어 살아라” 이러면 잘하고 있는 사람은 억울하고 못하고 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열등감 속에 있게 되거든. 그래서 우선 자기 스스로 설 줄 알아야 해(自立). 그래야만 이 “이우다움“이 만들어지는데 지금 “이우다움“이라기보다 이우스러워. 자조적인 표현이야. “이우다움“을 만들려면 그건 학생들로만 되는 게 아니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야 될 게 있고, 또 교사들이 해야 될 게 있고.


Q: 이우학교 학생들은 그러면 어떻게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건 자기가 찾아나가야지. 정해져 있지는 않아. 그렇지만… 자기 주도적이어야 해. 자기 주도적이라는 말이 굉장히 무서운 말일 수도 있어. 저번(수업 시간)에 말한 것처럼 학습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되지는 않아. 학생들이 스스로 지적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공부하는 것에 즐거움도 찾아야 하고, 몰입을 해서 막 뭔가를 성취했을 때 즐거워야 돼. 또 ‘그런 것들이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우학교가 가지고 있느냐?’ 했을 때 그게 조금 문제일 수도 있어. 예를 들어서 뭐 수준별 학습을 한다든지 뭐 이런 걸로 여러분들을 도우려 해도 평가는 똑같이 해. 그러니 문제가 있는 거지. 그러면 이제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학교가 고민해야지. 학교가 고민하지 않고 불가능 한 걸 요구할 때도 있어. 그런 것들을 조금 경계를 해야 하는데…



네 번째 인터뷰: 이○○ 선생님

특징: 이우학교 졸업생

Q:선생님께서는 이우학교에 언제, 또 왜 오게 되셨나요

A: 저는 이우학교를 졸업했거든요? 근데 이제 선생님이 돼서 또 이우학교에 온 거는 되게 우연이 겹쳐서 왔어요. 사실 저는 선생님이 될 생각은 원래 없었어요. 졸업을 하고 원래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교생실습을 이우학교로 왔었어요. 교생 때 와서 들었던 질문 중에 되게 기억에 남는 게 그 당시 고 3들, 고 2들한테 받은 “어? 이우학교 졸업하면 뭐해요?”라는 “어때요?”라는 질문이었어요. 근데 그걸 통해서 이우학교에 대해 다시 생각을 많이 해봤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 “여기 다니고 이우학교 졸업해서 뭐 했지?”, “어떻게 살았지?” 근데 그 얘기를 해주다 보니까 “아~ 내가 이우학교를 되게 좋아했었구나 옛날에.” 그 생각이 다시 좀 들더라고요. 한동안 잊고 살았어요. 되게 오랫동안. 그래서 되게 흥미가 생겨서 다시 이우학교로 오게 되었어요.


Q: 아, 네. 그럼 다른 학교와 이우학교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 교실에 있는 것 같아요. 교실이 모둠으로 되어 있죠. 그게 애초에 학교의 목표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모든 활동을 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목표가 깔려 있어요. 수업도 우리는 모둠 수업이 되게 많죠. 일반학교를 다녀본 친구들은 알겠지만 반에 자리가 저렇게 안 되어 있잖아요? 일자로 되어 있고, 선생님만 바라보는 구조잖아요. 근데 이우학교는 기본적으로 모둠으로 되어 있다는 게 학교의 가장 큰 가치를 나타내 주는 장면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졸업하고 나서 학교에 대해서 많이 떠올리게 돼요. 시기별로. ‘아~ 이렇게 해서 그때 어떤 것이 재밌었다’, ‘어떤 게 힘들었다’, ‘어떤 게 좋았다’ 등 어떤 것이든 힘들든, 좋았던, 기억에 남는 재미있었던 것은 다 말이에요. 절대로 저 혼자 한 것은 기억에 남지 않더라고요. 모든 기억에 남는 활동들은 다 같이했던 거였어요. 친구와 또는 선생님과. 그게 이우학교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Q: 최근에 친구들 사이에서 이우 정신이라든지 이우인이라든지 “이우스럽다“라는 말이 유행을 했었는데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우스럽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사람마다 “이우스럽다”가 진짜 많이 다른데, 그렇죠? 누구는 이우스럽다가 “진짜 쟤 “이우스럽다””가 되게 비아냥이 될 수도 있고요, “아~ 쟤 “이우스럽다””가 쟤 정말 까칠하고 막 독하고 막 이렇게 처절하게 말하고 이런 거가 될 수도 있고. 이미지가 다르잖아요, 사람마다. 저도 그 “이우스럽다”가 되게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우학교를 싫어했을 때에는 이우스럽다가 ‘진짜 이우학교 진절머리가 난다’였던 적도 있고, 근데 지금 이우스럽다는 저에게 이런 것 같아요. 오늘 제가 반에서 애들에게 발표 수업을 시켰어요. 근데 수학을 잘하는 친구는 아니었고 어려워하던 한 명의 친구가 준비를 해서 발표를 하는 차례였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는데, 하필이면 되게 어려운 문제가 걸렸어요. 그래서 모든 친구들이 달라붙어서 막 도와줬어요. 이렇게 열심히 도와줬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되게 자신 없는 표정으로 나와서 열심히 노트에 적어놓은 거 보면서 끄적끄적 이렇게 힘겹게 진짜 틀릴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어… 여기서 뭐더라?”이러면서 이제 발표를 했어요. 발표를 하고 끝나는 순간 모두가 박수를 쳐줬어요. 그 친구한테 그리고 다들 너무 잘했다고 이렇게 말해줬는데, 저는 이 장면이 이우스러운 것 같아요. 이게 ‘이우스럽다’인 것 같아요. 이게 이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이우학교란 무엇인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A: 음….. 생각나는 거라기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건 “여기를 지나간 사람들이 사람이 사람을 좋아했으면 좋겠다."와 “사람은 좋은 거구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학교였으면 좋겠어요. 전 이우학교를 다닌 덕분에 친구란 좋은 거고, 선생님이란 좋은 거고, 부모님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학교거든요. 그런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학교 같기도 해요. 아직은 정확히, 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근데 그걸 추구하는 학교인 것 같아요. 같이 살아갈 수 있게.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좋아야 되니까요. 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 임OO 선생님

특징: 국어 담당, 이우학교에 오래 계셨던 분

Q: 선생님께서는 이우학교에 언제 그리고 왜 오게 되셨나요?

A: 저도 이제 우리나라의 교육이라는 게 경쟁이 기본 틀이잖아요? 이것으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느꼈어요. 이 두 감정 모두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데 걸림돌이 되고 그 안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그 역량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좋은 선배와 동료가 있는 공간으로 가고 싶었는데 2003년에 이우고등학교가 개교되었어요. 이걸 신문으로 접하고, 지원했어요.


Q: 저는 이우학교가 다른 학교와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A: 이게 말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아요. 설립부터 시작해서, 학교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고… 대한민국에 있는 많은 학교들이 학교 철학, 교육 철학이 있지만 정말 그 철학이 존재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가에 대하여 물어보면 이는 정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이 홍익인간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추상적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학교는 그런 면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이는 우리 학교의 굉장히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 학교는 선발하는 학교인데, 그 이면에는 학교 철학에 동의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오는 최소한의 관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고기는 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잖아. 그 공간 안에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도 이우 안에 있기 때문에 이우의 특유의 문화와 공기를 구별해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선생님이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소통과 책임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한 문화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는 익명성이 없잖아요. 이러니까 서로에게 소통할 수 있고, 경청할 수도 있고. 이렇게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소통할 수 있는 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또 이런 문화 안에 늘 안전함이라는 게 있고. 그런데 이런 건 우리가 거저 얻은 건 아닌 거 같고, 되게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서로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생겨난 것 같아요. 또 책임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사적으로도 많은 소통을 하지만 그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사적인 이야기 안에서 공적인 문제의식으로 가져가는 것. 사적으로 소통을 하지만 공적인 책임도 가져가는 것. 이런 게 우리들의 특징이고,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의 차이점인 것 같아요.


Q: 최근에 친구들 사이에서 이우 정신이라든지 이우인이라든지 “이우스럽다“라는 말이 유행을 했었는데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우스럽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이 이우스럽다는 말에 대하여 인터뷰를 응했을 때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정말 이우스럽다는 말을 쓰나?”라는. 그런데 그 이면에는 우려스러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스럽다”는 일반화시키는 사고방식을 만들어주는 단어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런 말들은 조금은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말들이 뭔가를 섬세하게 보거나 자세히 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우스러움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너무 희화되는 것은 아닐까?”, “또는 이우스럽다와 이우스럽지 않다.로 사람들을 가르고 판단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말이 약간 고민스럽기는 해요. 그런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우 정신과 이우스럽다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줄 것 같아요.  그냥 선생님이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사실 이우학교 학생들은 정말 바쁘거든요? 그리고 짊어질 고민들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이건 우리가 이런 고민들을 외면하고 있지 않다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자신과 주변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지만 그 한계를 뚫어보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사람. 그 노력이 어떨 때는 갈등일 때도 있고, 그 갈등을 멋있게 혹은 용기 내서 정리하려는 것도 있어요. 이 건 그 장면마다 다를 수는 있는데, 그런데 여기서 한계를 안 후에 “그래 우리는 여기까지야.”라고 멈추는 게 아니라 그 이후를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선생님이 생각하는 이우 정신, 이우스러움이에요. 다른 말로 정리하면 치열하게 살지만 대부분의 다른 고등학교 학생들은 두 눈을 가리고 뛰는 경주마들처럼 주변을 보지 않고 뛰게 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삶을 살게 해요. 하지만 이우에서 이야기하는 거는 그런 거는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효율을 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봐요.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이우학교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자기 방향, 자기 질문을 놓지 않고 애쓰는 곳이 이우학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또 애쓰려고 하다 보면은 실패하고, 또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그런 거를 도와줄 수 있는 시공간이 학교였으면 좋겠어요. 수행평가 내주고, 등급 매기는 곳이 아니라 역량과 마음을 내는 것을 도와주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앞서 나온 의견들과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학생들은 ‘공동체적이며 이우의 철학과 맞는’이라는 요소 등을 이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들은 ‘주체적이며 따뜻하고 자유로운’이라는 요소 등을 이우스럽다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우의 철학에 대해선 ‘더불어 사는 삶’이나 ‘대안적 교육(사교육 금지)’  만을 떠올렸는데, 물론 이우의 철학이 ‘21세기 더불어 사는 삶의 실현’은 맞지만, 이우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이우고등학교 교육계획〉이라는 책에서는 이우학교의 학생상(像)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는데,

1.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사람

2. 더불어 사는 사람

3.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사람


이는 이우학교가 원하거나 지향하는 학생은 틀에 갇히지 않은 주체(主體) 적인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우학교 설립자 중 한 분이셨던 이○○ 선생님께선 이우스럽기 위해선 ‘스스로 설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주도적이어야 한다.’라며 주체적인 사고를 강조하셨다.


그렇기에 본질적인 ‘이우스럽다’라는 것은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졌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이우스럽다는 말에는 확실히 자조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고, 따라서 우린 이우 학생들이 이우스럽기보다는 이우 다운 학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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