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책에 푹 빠져 살 땐
나무처럼 살고 싶었고
사랑을 하고 싶을 쯤엔
시처럼 살고 싶었는데
그와 가정을 이룬 뒤엔
시트콤처럼 살게 되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걸까
알콩달콩 사는 게 꿈이라더니
지금은 화분 몇 개를 키우며
책장에 오래된 시집을 꽂아둔 채
지지고 볶으며 어리둥절하다
별 같은 아들이 내게 온 뒤로
시트콤 속 주인공 엄마가 되어
울다가 웃는 일이 셀 수도 없다
웬만한 충격적인 일들도 웃으며 끝난다
침잠한 그녀를 깨우고 웃게 하려고 왔나
나무나 시처럼 살고 싶다던 그녀는
그 꿈들을 잊은 채 시트콤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변치 않는 캐릭터들이 내일도 오늘처럼
울다가 웃게 할 것만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