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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Sep 05. 2020

김치는 사랑이다

엄마가 담그는


여름을 견딘 열무와 얼갈이를

연하고 싱싱한 것만 골라 뽑아 절이고

폭염 속에 따서 말리고 닦은 빨간 고추를

곱게  뒤 갖은양념과 젓갈을 곁들여 버무린

엄마만이 줄 수 있 보는 이들만 느낄 수 있는

세상 하나뿐인 그 맛


"엄마김치는 왜 이렇게 항상 맛있어?" 물으니

"나도 신경 안 쓰고 담그면 맛이 없어야." 하신다

뚝딱뚝딱 순식간에 만들어져 나오던 반찬들과

살아오면서 먹었던 음식들 중 맛이 없던 게

아무리 찾아봐도 기억 속엔 없는걸 

그렇다면 엄마는 셀 수 없는 끼니를

온 신경을 다해 만들어 오셨구나


엄마김치 없으면 못 산다는 딸들의 성화에

손이 많이 가기로 제일인 김치를 철마다

겨울에는 1년 동안 두고 먹을 배추김치를

봄에는 파김치 여름에는 열무김 가을에는 알타리김치를 엄마는 담그고 우리는 먹는


가득 담겨온 택배 상자를 열면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 흘러넘치고

푸릇푸릇 채소와 어우러진 빨간 국물 보면

진하고 고운 엄마의 마음이 려지고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면

아삭아삭하며 씹히는 소리가

사랑사랑으로 들린다



고이 담아두고 아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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