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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Sep 11. 2020

가을이 와버렸어요

사색쟁이 엄마의 동시?


집에만 있었는데 가을이 와버렸어요

여름 내내 에어컨 바람에도 괜찮던 코가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온 가을바람에

맹맹해지고 간질간질 재채기가 나와요

가을의 노크인가 봐요


집에만 있었는데 아이들도 커버렸어요

손톱 발톱 머리카락 키는 물론이고

말이 자라서 깜짝깜짝 놀래기도 해요

이제는 사과도 껍질 째 먹으며 맛을 아네요

종일 부대끼는 아이들과 떨어져 쉬고 싶다가도

곁에 있어도 급속도로 자라는 걸 보면

이 순간을 눈과 마음과 사진으로 더 담고 싶어져요

곁에 있어도 엄마 품만 찾는 강아지들



집에만 있었는데 우리는 늙어버렸어요

얼굴의 잡티나 주름이며 머리카락의 색이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또 놀라요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니 말은 어려졌지만요

빼뚤 뒤집어진 그 단어들에 음이 나요

말을 가르쳐야는데 거꾸로 배우고 있네요


집에만 있어도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네요

추억 속의 가을을 꺼내보며 노래를 찾아 듣고

흔들흔들 간질간질한 마음을 달래 보아요


작년 가을 찍어둔 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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