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집 하나 들고
연둣빛 나무 사이 촉촉한 길
위를 천천히 지나가다
멈추고 나아가다 멈추는
한 순간이 몇 시간
생각 하나를 물고 늘어지다
흘려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으니
쌓인 일거리들 눈감아 모른 척
가벼운 집일랑 벗어던져버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잽싸게 바꾸고는
이 동네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두 바퀴를 굴리는 달팽이
바람을 가르며 갔다가 왔다가 갔다가 왔다가
생각일랑 집에 두고 막 달리는
몇 시간 같은 그 순간
달팽이도 모르게 치타가 되곤 하는
생각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
우리들의 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