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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Nov 13. 2024

1인자가 아닌, 일인자의 길을 걷다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다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회사에서도 여러 말이 오간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을지, 옆에서 “이렇게 해 봐라”, “저렇게 시도해 봐라” 하는 조언이 쏟아진다. 영업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실적이 떨어지면 불안해졌고,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자연스레 무능력하다는 시선도 따라붙었다. 그런 부담감 속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남들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따랐던 적도 있었다. 실적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자리에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 당연하게 들리던 시절도 있었다.


나 역시 그 조언을 따르며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술자리를 만들고,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던지며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 애썼다. 그 자리에서는 과장된 말도 했고, 성급한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꼭 따내겠습니다,” “다음 달엔 더 좋은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같은 지키지 못할 말들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이런 방식이 영업에 꼭 필요한 기본 스킬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나를 필요로 느끼게 해야 실적을 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할수록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실제로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뒤로 밀려났다. 실적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새 스스로에게조차 진실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실적을 위한 방법이 정말 이래야만 할까? 남들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동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실적이 떨어질 때마다 주변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해 봐”, “네가 한 성과를 잘 정리해서 상사에게 보여줘”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그런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고서도 더 꾸미고, 성과를 부각시켜 마치 내가 다 해낸 것처럼 뻔뻔하게 표현해 보기도 했다. 그 과정을 성장의 일부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억지로 포장해 인정받고 순간의 위기를 넘기면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행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더 일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내가 해낸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솔직하게 일하고 싶다. 과장이나 포장 없이, 진짜 내가 하고 있는 일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현실은 영업의 세계에서는 결국 그 평가가 숫자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누구나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려면 영어 실력까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요즘 들어 직장 생활에서 그런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 내가 정한 가치관과 기준을 지키며 일하고 싶다. 이런 태도가 회사의 기대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성과가 없으면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심지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나 상사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간다.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나도 그랬어, 그렇게 해야 더 잘 풀려”라며 자신들의 방식이 정답인 양 말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조언이 그들이 자신을 과시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들은 회사의 시스템에 맞춘 최적화된 방식으로 성공했고, 나에게도 그것이 최선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다. 남들이 걸어온 최적화된 성공의 방식을 따르는 대신,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 성과로 1인자는 아닐지 몰라도, 진정으로 나다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인자’가 되는 것이다. 마음이 약해질수록 스스로에게 되뇐다. 남들이 정한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한 나만의 길을 믿고 가겠다고.


내 방식이 어쩌면 직장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실적이 부족해 상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아도, 내가 선택한 길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이기적이라고 하거나, 현실을 외면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배부른 소리라며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세운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려 한다. 남이 닦아 놓은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을 걸으며 진정한 ‘일인자’로 살아가고 싶다.


결국, 진정한 성공은 남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에서 찾는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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