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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Nov 12. 2024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얼마 전, 팀장님이 잠깐 시간이 있냐며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고 하셨다. 나는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걱정하며 따라나섰는데, 뜻밖에도 본인의 어려움을 털어놓으셨다.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일로 인한 스트레스, 주말까지 이어진 고민들. 늘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만 보이시던 분이라, 그날의 이야기는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 역시 혼자 짊어지고 갈 무게가 있고, 그 무게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팀장님도, 나도, 우리 모두 어딘가에 아픔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누구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해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숨어 있다. 팀장님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우리 모두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사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그날은 이상하게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며 위로가 되었다.     


팀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유명했던 대사 하나가 떠올랐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지만, 그 버팀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자존심이 상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남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내 것보다 작다고 쉽게 단정 지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날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나처럼 다른 누군가도 각자의 자리에서 아픔을 안고, 묵묵히 견디고 있다는 것을.     


팀장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아시아 주간 미팅이 이어졌다. 각 나라의 담당자들이 모여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겉보기엔 분위기가 밝아 보였지만 그 속에는 묘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모두가 하나씩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자연스럽게 말하려 애쓰는 듯했지만, 그 말속에는 피로와 부담이 묻어나 있었다. 각자 자리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미팅이 끝난 후, 일본 담당자와 따로 할 얘기가 있어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내가 “이번 미팅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딱히 업데이트할 것도 없고요.” 하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자, 일본 동료도 같은 마음이라며 공감해 주었다. "미팅에서 우리 모두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하는 동료의 말에 왠지 위안이 되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은 무게를 느끼며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마도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함과 심리적인 안정감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믿음 말이다. 팀장님이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주셨을 때, 나도 내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며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나 역시 동료와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고 나니, 혼자 짊어진 듯했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내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곁에서 마음을 나누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번 경험을 통해 공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괜찮냐”는 말로 위로하기보다, “나도 그래”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나도 힘들지만, 상대방을 위해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 이런 순간들이 쌓여갈 때, 삶은 조금씩 따뜻해진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에 조용히 위로가 찾아온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동료들이다. 각자 힘든 순간을 겪고 있을지라도, 그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작은 이야기와 응원이 때로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게는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할 용기가 생겼다. 그런 용기를 서로에게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누군가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아픔 속에서도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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