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회사 문제로 걱정이 많아졌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씨앗을 뿌려왔지만, 기대했던 열매를 얻지 못했다. 물론 지금 회사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부담감이 걱정을 넘어 불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불안감은 삶의 다양한 부분으로 번져나가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을 끊임없이 내게 던져준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수없이 가정하며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이 방향으로 가야 할까?', '저렇게 하면 결과가 달라질까?' 고민하며 밤늦게까지 생각을 거듭하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나 자신에게도, 고객들에게도 제한된 시간이 주어져 있다. 그래서 초조함과 불안감은 계속해서 내 마음을 두드린다.
그렇지만 문득 과거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러한 불안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친숙하다. 삶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나는 항상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늘 성장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불안감이 그저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알려주는 신호였다. 만약 내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면, 나는 분명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을 것이다. 안락함은 치열함을 빼앗아가고, 결국 성장을 가로막는다.
사실 너무나 편안한 상태가 가장 위험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 "혹시 이 편안함이 나를 안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몇 달 전까지는 불안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불안이 내게 무엇을 가르쳐주는지,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다. 불안은 내게 두려움을 줄 뿐 아니라, 동시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분명히 깨닫게 해 준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준비하게 하고, 더 치열하게 계획하며 행동하게 만든다. 불안은 내가 더 단단해지고 준비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과정임을 믿게 되었다.
요즘 고객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너무 어렵습니다.” “비상경영 체제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흔히 들리는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올해는 정말 쉬운 해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경제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사람들은 늘 비상경영을 외쳤다. 이것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특성이다. 언제나 불안과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러니 불안이 전혀 없는 해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 가장 많이 성장할까? 평온하고 안락한 상태에서 일까? 아니면 위기와 도전 속에서 일까? 물론 지나친 스트레스는 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불안과 위기감, 그리고 절실함은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더 많이 배우게 하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하며, 더 창의적인 방법을 찾도록 만든다. 이는 마치 운동할 때 근육에 적당한 자극이 가해져야 근육이 성장하는 것과 같다. 과도한 자극은 상처를 남기겠지만, 적절한 자극은 우리의 몸을 단단하게 만든다.
나 역시 최근 불안 속에서 내 삶의 방향을 더 분명히 바라보게 되었다. 고객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또 회사에서의 기대가 내게 부담으로 다가올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나는 나아갈 길을 찾기 시작한다.
불안은 우리가 멈춰 서지 않도록 하는 자극이다. 불안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 내가 오늘 느끼는 이 불안감 또한 분명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나를 돌아봤을 때, 이 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발판이 되었는지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불안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안락함 속에서 아무런 도전도, 성장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불안과 도전 속에서 비로소 빛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내 앞에 놓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불안이 만들어줄 성장을 믿으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