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에도 재활은 계속된다.
무사히 병원에서 퇴원을 했지만 본격적인 재활의 시작은 지금부터이다. 판막수술이 위험성이 큰 이유는 수술 자체보다 그 뒤에 따르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퇴원 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으면 폐렴이나 심할 경우 패혈증이 올 수도 있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혈전이 생겨 뇌경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뇌경색의 경우 보통 수술 후 3일 이내 발생되지 않을 경우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또한 심장판막 수술 환자는 감염성 심내막염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심내막염이란 심장판막이나 심장 내막의 세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심내막염이 발생할 경우에 약물치료로 호전이 되지 않을 경우 다시 심장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어서 치아관리를 열심히 해야 하고 수술부위의 염증이나 다른 이상소견은 없는지도 잘 관찰해야 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원 밖을 나오니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병동내 복도에서 걷는 운동과 실제 밖에서 걸을 때의 느낌은 아주 달랐다. 밖에서 걸으니 훨씬 더 힘들었고 평지를 걷는 것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문제는 계단이었다. 계단 한층을 오르는 것이 엄청난 과제였는데 다섯 계단 정도 오르면 숨이 차기 시작했다. 또 보통 1주일이면 괜찮아진다던 목소리는 약간 호전이 되긴 했으나 2주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목소리가 갈라져 쉰 목소리가 나왔다. 퇴원 전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한번 더 봤는데 약물치료와 동시에 성대 훈련도 진행해야겠다고 하셔서 매일 두성과 진성 가성을 반복하는 발성연습을 했다.
매주 단계를 높여가며 반복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 일주일은 15분 걷기 운동과 계단 한층 오르는 운동을 시작했고 그다음 주는 20분과 계단 한층 반 다다음주는 25분 계단 두층 이렇게 운동시간을 늘렸고 병원밥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밥맛은 정말 없었다. 그래도 몸에 좋은 거란 좋은 거는 억지로라도 다 먹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매일 계속되는 두통과 피로감, 컨디션 난조는 나를 괴롭게 했으며 흉골을 절제하는 개흉술을 했기 때문에 1개월간 옆으로 누워 자거나 엎드려서 자는 것을 하지 못해서 무조건 정면으로 누워서 자야 됐다. 병원에서는 침대를 앉았다가 누웠다 움직일 수 있게 조정이 가능해서 아주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지만 집에서는 취침시간이 정말 큰 일이었다. 정면으로만 누워있어야 하니 허리와 목 통증이 정말 심했다. 2~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서 목과 어깨허리를 두드려주고 다시 눈 좀 붙이고 이랬던 것 같다.
또 수술 후에 알 수 없는 옆구리, 왼쪽 가슴통증이 날 찾아왔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 전화해 문의를 했는데 협심증 증상이 의심된다 하여 응급실에 다시 한번 방문해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정상으로 나와 한숨 돌리긴 했지만 이미 망가졌던 나의 몸상태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뒤따르는 일이었다.
답은 역시 운동이었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매일 운동을 하면서 하루하루 달라진 나의 몸 상태를 체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 계단 한 층 오르는 게 엄청 큰 언덕을 넘는 듯한 느낌이었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계단을 오르는 훈련을 했고 눈이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고 하루에 3번씩 발성 훈련을 진행했으며 같은 시간에 심장에 좋은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흡이 안정되고 있고 체력적으로도 크게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건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수술 후 2개월 뒤 어느 정도 정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운전도 할 수 있고 적당히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잠잘 때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허용되었을 때 그날 저녁 오랜만에 제대로 된 취침시간을 가졌던 것 같았다. 목소리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아주 많이 돌아왔으며 모든 것이 조금씩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피로감과, 컨디션 저하는 계속됐다. 수술 후 1개월쯤 되었을 때 서울아산병원에 외래진료가 있어 방문해 수술해주신 교수님께 해당 내용을 질문드렸을 때는 수술하고 나서 흔하게 있는 경우이고 관리를 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하셨지만 쉽게 나아지지는 않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지는 피로감 같은 경우는 내 삶의 질을 올리는데 굉장한 방해 요소가 되었다.
피로감 같은 경우 수술 후 4개월 정도 지난 후에 많이 좋아졌다. 사실 증상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명확히 예측하거나 예상할 수 없다. 날 가장 오랫동안 괴롭혔던 건 쉽게 피로해지는 피로감과 컨디션 난조였고 이 증상은 4~5개월이 지난 시점에 되어서야 호전이 되었다. 이 기간 내에 정기 외래검진을 3번 정도 다녀왔는데 모든 수치에서 정상이 나왔고, 교수님께서 몸이 빠르게 잘 회복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수술 후 6개월 뒤 다시 한번 외래 진료를 보러 갔고 그때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1년에 한 번 정도만 봐도 될 것 같다는 달콤한 말씀을 해주셨다. 다시 찾은 건강에 정말 기뻤고 지금은 수술 전 상황보다 더 체력이 좋아졌고 날 그렇게 괴롭혔던 부정맥 증상도 전혀 없다. 부정맥 약은 20살 때부터 약 7~8년간 복용했는데 부정맥 약도 이제는 끊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부정맥이 일어날 때 먹으라고 처방받은 비상 약은 가지고 있지만 이젠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약을 매일 먹었던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매일 먹어야만 하는 약을 안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우리가 행복을 찾을 때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기준은 아마도 건강일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쉽게 생긴다. 체력이 좋아야 일의 능률이 올라가고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그런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감정을 이끄는데 정말 중요한 성질이 된다.
그리고 난 그 가르침을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