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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쿠아마린 Sep 14. 2021

내가 산 집이 샌다.

매도인하자담보책임


5월 말경에 잔금을 치른 노후 아파트가 있습니다. 매수인은 전세를 안고 집을 산, 말하자면 갭투자자입니다. 30년이 넘은 저층 아파트였습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전세입자는 집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매도인 말로는 신혼부부라 일부 수리를 하고 입주했기 때문에 상태는 좋을 거라 말했습니다. 집은 볼 수 없어도 세입자와 통화를 해서 집의 이상 유무는 확인해야 했습니다. 임차인은 '아무 문제 없음'을 확인해 주었고, 매매는 진행이 됐습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매수인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매도인 하자담보책임'을 거론했습니다. 날짜를 헤아리니 소유권이 이전되고 3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입니다.

매수인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매도인 하자 담보책임이란, 잔금을 치르기 전부터 누수가 있었을 때, 그것을 몰랐거나, 알고도 매매를 했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이죠.  잔금 이후 새로 발생되는 문제를 말함이 아니란 것도 함께 설명해 드렸습니다. 


매수인은 쉽게 수긍과 이해를 하셨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황하고 속상한 매수인들께서는 주위 분들께 묻고, 알아본 지식으로 잔금 치르고 6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주요 부분의 문제를 전 주인께  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지식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일입니다. 이웃 업소에서 상담을 청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거기도 제 경우와 흡사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매수인이 재판까지 진행하겠다고 통보를 했다는 것입니다.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는 물론 당사자들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누수'문제입니다. 옥상의 누수라던가, 배관의 누수, 섀시의 누수입니다. 누수탐지기를 동원해도 밝혀지지 않는 누수는 아래층 위층의 갈등 요인은 물론 주거문제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아파트 가격 폭등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는 국민들은 가만히 손 놓고 있는 자신들이 한없이 무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투자에 세상 관심 없던 사람들이 '나만 바보 같다'라는 위기의식과 자존감의 상실을 경험하며 늦게라도 발 벗고 나섭니다. 공시가격 1억 이하는 취득세 중과가 안되니 재건축이나, 재개발 희망이 있는 노후 아파트를 매입합니다. 이 열기는 강원도 원주시까지 뻗어나가 거래가 거의 없던 어느 단지에서 순식간에 47채가 거래되었다죠. 거의 서울 사람들이 원정을 간 투자였습니다. 

진접읍의 사정도 그랬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거래가 없던 연립, 다세대까지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렇듯 노후주택이 매매에 활기를 띠다 보니 하자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20년이 넘으면 배관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관이 교체된 집도 안심하지 못합니다. 집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것이 불변의 법칙입니다. 사람도 집도 무쇠는 없으니까요. 100년을 보고 짓는다는 아파트도 20년이 되면 노후아파트라고 한 수 접고 바라보는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중개의 현장에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뇌관 같은 게 이 누수 문제입니다.

늘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이 문제가 위에 설명한 주택에서만 발생했습니다. 매도인은 제게 공사할 분을 소개해 달라고 말씀하셨고, 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분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여기서 하자 담보책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민법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75조(제한물권 있는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또는 유치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 매수인이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이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③ 전 2항의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민법은 이러한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라는 표제하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일정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4개월 후 누수 현상이 발생한 경우,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A와 B는 2019년 6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C로부터 매수하고 같은 해 8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그해 10월부터 매매계약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누수 현상이 나타나 아래층에 있던 주민이 피해를 입자 A와 B는 누수 원인 탐지와 보수공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12월경 다시 누수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아파트 욕실 전체를 재시공하는 보수공사와 아래층 세대에 대한 피해 복구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A와 B는 "C는 매도인으로서 민법 제580조와 제575조에 따른 하자 담보책임을 부담하므로 누수로 발생한 손해인 하자 보수 비용 1,600여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는 취지를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은 A와 B가 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2020가단5093655).


재판부는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매계약과 이행완료 시점이 상당 기간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이행완료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A 등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매매계약 성립 또는 소유권 변동 당시를 기준으로 거래 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을 결여한 하자’가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는 사용승인 이후 약 14년이 지났고, 건물 노후화에 따라 단지 내 다른 아파트에서도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한 후, "건축물의 내부적 원인에 따른 누수는 그 특성상 내부의 배관이나 욕실 벽체 등에 누수 원인이 현실화해 존재하고 있으면 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아파트에서는 2018년 처음 누수가 발생했지만, 탐지 결과 그 원인으로 밝혀진 보일러를 교체한 이후 매매계약 당시까지는 물론 2019년 10월까지도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A 등이 2차례나 아파트를 방문해 상태를 확인했을 때도 누수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매매계약이 성립된 때로부터 4개월, 소유권 번동 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누수가 발생했다"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2019년 10월 이후의 누수는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라 그 무렵 누수 원인이 현실화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판단하여, "매매계약 당시 또는 소유권 변동 시 이미 누수 원인인 하자가 현실화해 존재하고 있다가 뒤늦게 발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위 판결은 이런 점이 중요합니다.


**매도인의 하자 담보책임에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매계약과 이행 완료 시점이 상당 기간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이행 완료 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아파트 누수 현상은 그 특성상 누수 원인이 존재하면 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매계약을 할 때나 소유권을 이전하던 당시에 객관적 하자가 있어야 하자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요약하면,  이 사건은  매매계약 전에 누수가 있었더라도, 그 원인으로 밝혀진 보일러를 교체한 이후 매매계약 당시까지는 물론 2019년 10월까지도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2019년 10월 이후의 누수는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라 발생한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이 판결은 골치 아픈 누수 문제에 대해 매도인의 책임 범위를 명시한 만큼, 매도인, 매수인, 그리고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입니다.



참고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성립요건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계약당시 하자 존재할 것.

2. 매수인 선의/ 무과실

3.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선의 :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하거나, 알 수 없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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