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 M과 진짜 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말했다.
"흔히 단단하면 부러지기 쉽다고 말하잖아. 그래서 나는 오히려 유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돼. 어떤 공격에도 쉽게 흥분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부드럽지만 또렷하게 상대방에게 전하는 사람이 더 강하고, 큰 그릇을 가진 사람 아닐까?"
그러자 M이 한마디로 정의 내렸다.
"택견 고수 같은 사람이네요? 어떤 공격도 잘 받아내고, 되돌려 주는!"
"맞아! 그거네!"
그때 M이 표현한 택견 고수라는 정의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았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강함이 바로 그런 것이다.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상당한 힘을 가진 택견. 그리고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물러서게 만들 수 있는 택견 고수!
난 아직 고수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멋대로 나를 판단하고, 떠나는 사람을 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전에는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소심한 태도로 관계에 백기를 들고 도망쳤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건방진 태도에도 상처는 일단 뒤로 미루고, 상대방에게 당신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물러서지 않고 침착하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이게 상대방과 나의 마지막이라 할지라도 내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알려주려 한다. 어차피 끝낼 관계라면 할 말이라도 해야 속이 후련하고, 그 관계에 최대한 노력했음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말에 반기를 들고, 내 생각을 전하는 게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홀로 다수와 싸우는 액션 영화 속 외로운 주인공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렸고, 내 말 한마디가 핵 폭격으로 돌아오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처음에만 어렵다. 내 생각을 입 밖으로 한번 꺼내고 나니, 내 안의 택견 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택견 수련생쯤이 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크 에크!
난 최대한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크 에크!
너가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린 다를 뿐이다.
이크 에크!
내가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니 상처 받을 필요 없다.
나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목소리 높여 싸우는 난투극이 아닌, 단련된 기술로 서로의 기량을 뽐내고, 매너 있게 악수하며 끝내는 대련으로 나에게 무례한 상대방과 우아하게 안녕을 고한다. 아직은 나의 기량이 약해서 얻어맞기도 한다. 언제쯤 나는 택견 고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