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 참아. 지금만 안 하면, 네가 이겨

충동은 ‘지금’에 붙어 있다

by 이카이카

욕구는 갑자기 온다.

주저할 시간도 없이 확 올라온다.

그런데 그 욕구는

늘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만 참아. 지금만 안 하면, 네가 이겨.”


이 말은 나를 말리는 말이 아니다.

나를 붙잡는 말이다.


이 말은 ‘나중에 하자’가 아니라

‘지금 하지 말자’다.


5분 뒤의 나도 아니고

내일의 나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만 작동하는 문장이다.


처음 이 말을 꺼냈던 날,

나는 이미 그곳의 문 앞에 서 있었다.

편의점 앞에서였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갔고

편의점 냉장고 안의 소주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는 알았다.

소주를 사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런데 손이 더 빨랐다.

그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 있었다.


“지금만 참아. 지금만 안 하면, 네가 이겨.”


그 말을 듣고도

나는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버텼다.


처음에는 끝까지 이긴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래도 루프가 늦게 시작됐다.

그건 내게 중요했다.


이 말은 ‘나중’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직 ‘지금’을 끊는다.

그러니까 쓸 수 있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하다.

욕망도 거기에만 붙어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말로 그 순간, 지금을 쳐냈다.


그 짧은 한 문장으로

충동이라는 파도를 베어냈다.


파도는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았다.

부서지는 물결들이

내 목구멍 안으로 쏟아지는 것 같았고,

내 손을 이끌어 냉장고 문 가까이 가져갔다.


다시,

나는 입 밖으로 꺼내 말했다.


“지금만 참아. 지금만 안 하면, 네가 이겨.”


그리고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꺼내

페이스북 앱을 열고 비공개 글로 기록했다.


“지금만 참아. 지금만 안 하면, 네가 이겨.”


파도의 물결이 내 발밑으로 서서히 빠져나갔다.

아직 나는 젖어 있었지만,

몸을 돌릴 수 있었다.


빈손으로 편의점을 나서며

억지로라도 웃었다.


그 순간은 사라졌지만

그 말은 남았다.

그래서 또 꺼내 쓴다.


“지금만 참아, 지금만 안 하면, 네가 이겨.”


매일 혼자서 술을 먹던 내가

그날 하루는 없었다.


중독의 바다에서

그렇게 나는 겨우 머리를 수면 위로 꺼내 올려

숨 한 줄을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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