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가끔 가벼워 보이지만
깊숙이 박혀 오래 남는다.
“이런 것도 몰라요?”
“이게 그렇게 어려워요?”
“아, 됐어요. 그냥 제가 할게요.”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작은 돌멩이를 맞은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표정은 웃었지만
몸 안쪽 깊숙한 곳에서는
차가운 파문이 천천히 번져나갔다.
‘나는 역시 부족한 사람인가 봐.’
‘나는 항상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그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 시작하면
걷는 속도도 느려지고,
말소리도 작아지고,
시선마저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더 슬픈 건
정작 남이 던진 말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무시나 차가운 시선에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나를 먼저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그래.”
“내가 그렇지 뭐.”
“이런 걸 기대한 내가 바보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내 존재는 점점 작아졌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위한 최소한의 응원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회의 자리에서였다.
내가 낸 의견은 조용히 묻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비슷한 의견을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는 속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역시 난 그런 사람이야.’
‘내가 하는 말은 늘 틀리고, 부족하니까.’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회의가 끝나고 텅 빈 휴게실에서
차가운 물 한 모금을 마시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조용한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너를 무시한 건 그 사람들이 아니라
너 자신 아니었을까.”
나는 조용히 휴대폰 메모장 앱을 열고
또박또박 천천히 적었다.
누가 나를 무시해도, 나는 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이 문장을 천천히 읽고 다시 읽었다.
그 문장은 마치
내게 던져진 차가운 말들을
하나씩 밀어내는
따뜻한 손길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의식적으로 나를 향한 말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안 돼.”라는 말 대신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나는 조금씩 성장 중이야.”
“역시 나니까 그렇지.” 대신
“이번엔 타이밍이나 상황이 안 맞았을 뿐이야.”
“내가 그렇지 뭐.” 대신
“실수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테니까.”
이렇게 말을 바꾸는 연습을 하면서
내 마음속에 작지만 단단한 공간이 생겼다.
이제 나는 안다.
세상은 여전히 무심하고
누군가는 오늘도 나를 가볍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을 그대로 믿고
나를 가장 먼저 포기해 버리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이제 나는
다른 누구의 말로부터도
나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가장 먼저 나를 지키고
가장 먼저 나를 믿는다.
오늘도 누군가 나를 무시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나에게 가장 따뜻하고 강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그 말을
지금도 내 안에서 조용히 되뇐다.
“누가 나를 무시해도,
나는 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