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무언가가 무너지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내 탓부터 찾았다.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
“왜 나는 매번 여기서 끝일까.”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하는데 왜 나만 이럴까.”
작은 실수 하나에도,
사소한 실패 하나에도,
내 존재 전체가 흔들리고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실패는 늘
나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증거처럼 보였다.
어느 늦은 밤,
오랫동안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가
순식간에 무산됐던 날이었다.
불 꺼진 방에서 노트북을 닫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앞에 쌓여 있는 자료들,
흩어진 계획들,
시간을 쏟아부은 흔적들이 무거웠다.
그때 나는 조용히
메모장 앱을 열어 천천히 적었다.
이건 끝이 아니라 구조의 오류야.
문장을 다 쓰고 나서야
가슴 한가운데 뭉쳐 있던 먹먹함이
서서히 풀려나갔다.
나는 실패의 원인을
내 존재가 아닌
내가 속한 구조에서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실패했던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계획,
현실적이지 않은 조건,
너무 높은 기대와
지나치게 많은 부담 때문이었다.
내가 지켜야 했던 약속이 너무 많았고,
내가 들고 있던 짐이 너무 무거웠으며,
시간은 부족했고,
리듬은 깨져 있었다.
그건 나 자신이
못났거나 부족한 존재라는 증거가 아니라
처음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구조의 문제였다.
그 밤 이후
나는 실패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 모양일까” 대신
“어떤 구조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로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그 작은 질문 하나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떤 계획이 비현실적이었는지,
어떤 조건을 조정해야 하는지,
하나씩 살피고 기록했다.
놀랍게도
구조를 분석할수록 감정의 파도는 잦아들었다.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나면
나는 그 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다시 설계한 출발들이
쌓이고 겹치고 연결되자
결국 우리 회사에서는 전무후무했던
결과 하나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언론이
내가 한 말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뉴스로 보도하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 문장을 내 안에서 되뇐다.
“이건 끝이 아니라 구조의 오류야.”
구조를 보는 사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매번
나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하나의 시간과 결과가
더 단단한 구조를 만들
새로운 시작임을 믿는다.
그래서 이 말을
한 번 더 내 안에 선명히 새긴다.
“이건 끝이 아니라 구조의 오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