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나와 약속 중이야

나를 지키기 위한 말

by 이카이카

우리는 가끔

남들과의 약속은 성실히 지키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아무렇지 않게 어긴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일은

지키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다음엔 잘하면 되니까.’

‘아무도 모르는데 뭐 어때.’


그렇게 작고 사소한 말들로

나 자신과의 약속은

언제나 가장 먼저 미뤄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겨우 깨달았다.


그 작고 하찮아 보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가장 크게 무너지는 건

바로 내 안의 나 자신이라는 걸.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실망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곱씹으며 기억했다.

마음속 깊이 그 기억을 간직한 후부터

나는 나와의 아주 작은 약속을 지켜나갔다.


“오늘은 이 앱을 열지 않기로 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엔 폰을 보지 않기로 했으니까.”

“오늘 이 루틴만큼은 꼭 지켜보기로 했으니까.”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박수 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렇게 그 말들을 하나씩 지킬 때마다

나를 향한 신뢰가 천천히 쌓여갔다.


그 신뢰는 크고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조용히 일으키는 힘이었다.


물론 힘든 날이 없진 않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지켜봐야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완벽히 지킬 수도 없는데.’


수없이 흔들리고

멈추고 싶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 말을 다시 말했다.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고,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쓰고,

다시 입 밖으로 꺼내 반복해서 말했다.


나는 지금 나와 약속 중이야.


이 문장을 되뇌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진짜 삶의 현장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나 외에는 아무도 몰라도

내가 내 말을 지켜내고 있음을

누구보다 내가 알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나를 조용히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들의 시선과 인정 없이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낼 때

나는 비로소 진짜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나와 약속 중이다.


때로 조금 늦어도 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가볍게 여기지만 않으면 된다.


스스로를 믿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깊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 문장을 스스로에게 들려준다.


“나는 지금 나와 약속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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